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부유한 유학생이 '항공기 테러범'으로

딸기21 2009. 12. 2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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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발 미국 디트로이트행 노스웨스트 여객기에서 테러공격 시도가 일어났다. 300명 가까운 이들을 태운 여객기를 폭파하려 한 테러용의자는 나이지리아 출신의 엘리트 유학생이었다. ‘테러와의 전쟁’도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자란 23살 청년이 테러범이 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극단주의에 경도된 한 젊은이 앞에서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대테러 조치들은 구멍투성이였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테러용의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는 기내에서 폭발물질을 터뜨리려다가 실패한 뒤 손에 화상을 입고 디트로이트 인근 앤아버의 미시건 주립대학 병원으로 옮겨졌다. AP통신 등은 환자복 차림의 압둘무탈라브가 연방법원 판사의 심문에 유창한 영어로 웃으며 대답했다고 26일 보도했다. 판사는 일단 그를 구금시킨 뒤 다음달 8일 다시 심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이지리아 중부 도시 카두나 출신인 압둘 무탈라브는 서아프리카 귀족학교인 토고 로메의 영국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2005년부터 3년 동안 런던 대학에 유학해 공학을 공부한 엘리트 청년이다. 아버지 알하지 우마루 무탈라브(70)는 나이지리아 주요 은행 두 곳의 은행장을 지낸 뒤 지난주 퇴임해 이슬람금융기관을 세운 유력 은행가다. 압둘 무탈라브는 9·11 테러범들처럼 유복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뒤 극단주의에 경도돼 ‘지하드(성전) 전사’로 변신한 셈이다.
자녀 16명 중 막내로 태어난 압둘 무탈라브는 10대 때부터 머리가 좋았으나 이슬람에 경도돼 친구들 사이에서 ‘이맘(성직자)’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바이에서 석사공부를 하기로 했던 그는 지난해 가족들과 거의 연락을 끊었다. 그 뒤 예멘을 드나들며 알카에다와 접촉한 것으로 보이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아버지 알하지는 아들이 극단주의에 빠진 걸 알고 반년 전 수도 아부자의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아들이 지하드에 가담하려는 것 같아 두렵다”고 제보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몇달 뒤인 지난달 그의 이름을 국가대테러센터(NCC)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지만, 이 리스트는 무려 55만명이나 들어있는 요주의 인물 명단에 불과했다. 알하지의 제보만으로는 구체적인 공격 계획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 비자발급을 막거나 항공기 탑승금지대상에 넣을 수는 없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동선에 따르면 압둘 무탈라브는 지난 16일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현금 2831달러를 주고 항공권을 산 뒤 24일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내려 디트로이트행 항공기로 갈아탔다. 라고스 공항에서 KLM 암스테르담행 여객기에 탈 때 갖고 있던 짐은 배낭 하나뿐이었다. 그는 옷 속에 분말과 액체로 된 고성능 폭발물질을 지닌 채 금속탐지기를 통과했고 가방도 X레이 투시기 검사를 거쳤다. 탑승 전 KLM 항공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2차 보안검색도 받았다.
지난해 6월 런던에서 2년 기한의 미국 비자를 발급받은 압둘 무탈라브는 이미 한차례 텍사스 휴스턴을 방문한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도 아무 제재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20대 청년 한 명 앞에 수많은 대테러 조치들은 모두 쓸모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배후 수사’의 불똥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으로 지목된 영국으로 튀고 있다. 런던 경찰은 26일 압둘 무탈라브가 살았던 맨스필드 거리 고급주택가의 아파트를 수색했다. 알란 존슨 영국 내무장관은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기 위해 미국 측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 말했고, 고든 브라운 총리도 테러위협 강경대처를 다짐한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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