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사라진 스모의 황제

딸기21 2007. 9. 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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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 국민들의 시선은 도쿄(東京) 나가타초(永田町) 총리실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눈길이 쏠리고 있는 곳은 `스모의 거리'로 불리는 료고쿠(兩國)의 스타디움이다. 연중 6차례 그랜드 스모대회 중 가장 큰 행사인 가을 대전이 한창이지만 국립 스모경기장인 고쿠기칸(國技館)에서 톱스타가 사라져버린 것. 스모선수의 최고 단계인 요코즈나 자리를 8년째 지키고 있는 몽골인 스모 스타 아사쇼류(朝靑龍ㆍ26ㆍ사진)의 거취에 국민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문이 일어난 것은 지난 7월. 몸이 아프다며 여름 대전 불참 신청을 낸 아사쇼류는 고향인 몽골로 휴가를 떠났는데 그곳에서 일본 축구스타 나카타 히데토시(中田英壽)와 친선 축구경기에 참가해 이리 구르고 저리 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본스모협회는 아사쇼류에게 경기 출전금지와 감봉, 가택 근신 등의 징계를 내렸다. 최강의 요코즈나에서 `출전금지 처분을 받은 최초의 요코즈나'로 급전직하해 망신살이 뻗친 아사쇼류는 극심한 압박감 속에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고, 몽골에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올지 말지도 알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급기야 도쿄주재 몽골대사관이 스모협회에 사과문을 보내는 등, 이 문제는 일본과 몽골 간 외교현안으로까지 떠올랐다.

아사쇼류는 1999년 데뷔 뒤 4년만에 스모선수 평생의 영예인 요코즈나 자리에 올랐고 이후 4년간 대적할 자가 없는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며 19차례 대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스모에서 요코즈나는 엄청난 위상을 갖고 있다. 다른 스포츠경기의 챔피언과 달리, 요코즈나는 한번 자리에 오르면 이후 시합에 지더라도 강등되지 않는 일종의 `종신 명예직'이다. 다만 지위에 걸맞지 않는 행동 등으로 위신이 떨어지면 은퇴를 하게 된다. 지난 수백년간 단 65명의 요코즈나가 있었을 뿐이다. 스모에서는 위계질서와 품위가 절대적이며, 특히 도효(모래판) 밖에서는 절제의 미덕이 생명이나 다름없다.





아사쇼류는 그런 엄격한 스모사회의 이단아였다. 요코즈나의 행동은 늘 외부에 노출되며 특히 역대 최고스타이자 근대 스모 최강의 역사(力士)로 불려온 아사쇼류의 일거수일투족은 일본 사회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는 상대선수를 밀치거나 경기 뒤 `화풀이'를 하는 모습 등 거친 모습을 많이 보여 스모 사회에선 악동이라는 비난이 많았다는 것.

이번 파문을 보는 시각들은 여러가지다. 스모계 원로들은 "무사도를 깨뜨려서는 안된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스모의 인기를 살려낸 아사쇼류의 스타성을 높이 평가하며 스모협회가 구시대적이라 비판한다. 일본 신문들은 아사쇼류의 건강 상태와 동향을 세세히 보도하며 엄청난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전통과 글로벌화의 충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외국인에게 여전히 저항감을 갖고 있는 일본인들의 견제심리가 요코즈나를 우울증으로 내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사퇴선언으로 극명하게 드러난 사회 전반의 `리더십 붕괴'가 도효에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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