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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군이 이라크 유전을?

딸기21 2009. 12.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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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군 병사들이 갑자기 국경너머 이라크의 유전 지대로 넘어가 유정(油井)을 점령했다. 이라크 측이 보안군을 보낸다고 엄포를 놓자 이란군은 곧 철수했지만, 한창 해빙무드가 한창이던 두 나라 간에 벌어진 사건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라크 정부에 따르면 이란군 병사 11명이 이라크로 월경해 남부 마이산주의 알 파카 유전을 점령한 것은 지난 18일. 이란 병사들은 이 유전의 4번 유정을 점령한 뒤 이란 국기를 세웠다. 바그다드에서 남동쪽으로 300㎞ 떨어진 알 파카 유전은 국경에 붙어 있어 이란과 영토분쟁이 이어져왔다.



이라크 정부 측은 성명을 발표, “이란이 우리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철수를 요구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날 밤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하고 바그다드 주재 이란 대사관 관계자를 소환했다. 19일에는 이라크 보안군을 보내 이란군을 몰아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군사령부는 점령 뒤 “우리 영토에 우리 병사들이 가 있는 것”이라며 강경하게 나왔으나, 외무부는 점령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다가 19일 “두 나라 사이의 오해를 풀기로 했다”면서 점령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양국 외무장관이 전화통화를 통해 오해를 풀기로 합의했다”면서 “양국 간에 적대적인 요소는 없다”고 전했다. 

20일 이란 측은 유전을 점령했던 병사들을 후퇴시켰다. AFP통신은 이란군이 유정에서 물러났지만 이란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았으며, 양국간 외교적 해결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산 주정부는 “우리 노동자들이 작업을 재개했지만 이란군이 부근에 머물고 있어 완전 철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이 갑자기 유전 문제로 이라크를 건드린 이유에 시선이 쏠린다. 두 나라는 1980년대 8년간 전쟁을 치렀지만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뒤 관계를 복원해왔다. 이란 군의 규모가 소수에 불과하고 양국간 대화가 진행중인 것으로 볼 때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미국은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마이크 멀런 미 합참의장은 “이란이 주변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내년 초 실시될 이라크 총선을 앞두고 이란이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무력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란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와 석연찮은 점령-철수 과정으로 미뤄 이란군 내 강경파들이 주도한 돌출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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