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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라비아 반도 북단, 페르시아만에 면한 해안에는 영국인들이 ‘휴전 국가들(Trucial States)’ 혹은 ‘휴전 오만(Trucial Oman)’, ‘휴전 해안(Trucial Coast)’이라 부르는 작은 제후국들이 있었다. 다소 폄훼하는 뉘앙스의 일본식 표현을 빌면 ‘아랍 토후국’으로 불리는 작은 부족국가들이다.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았지만 완전히 점령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독립된 것도 아니며 근대 국가의 형태를 갖추지도 않은 지역들이었다.
이들의 통칭에 ‘휴전’이라는 말이 들어가게 된 연유는 18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족국가들은 영국과 ‘영구 해상 휴전협정(PMT)’이라는 것을 맺어 위임통치를 받게 됐다. 1892년에는 영국의 보호령으로 들어갔다. PMT 이후로 부족국가들은 ‘휴전국 회의’라는 것을 만들어 내부 협력을 유지했다. 처음에는 11개의 부족국가들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일부가 합쳐져 7개가 됐다. ‘에미르’라고 불리는 지도자들이 다스리는 나라, 영어식으로 하면 ‘에미리트’들이었다.
1951년 오만이 영국에 맞서 싸워 독립을 했다. 50~60년대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옛 유럽 식민제국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신생국가들의 독립이 잇따랐다. 아라비아 반도도 예외가 아니었다. 68년 영국은 휴전국들을 보호령에서 내보내줄 것이라 선언했다. 독립의 길이 열렸지만 건국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에미르들은 처음에는 먼저 독립한 카타르, 바레인과 연방국가를 만들고자 했으나 복잡한 정치적 사정 때문에 무산됐다. 마침내 71년 12월 곡절 끝에 아부다비, 아지만, 두바이, 알푸자이라, 샤르자, 움알쿠와인이라는 여섯 개 에미리트가 통합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라는 나라가 생겼다. 이듬해 라스 알카이마가 합쳐져 오늘날과 같은 7개 에미리트로 된 UAE의 틀이 만들어졌다.
UAE라는 나라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실상 이 지역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7500년 전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역에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기원전 3000년 전의 동전이 오만으로 이어진 동부 하자르 산지에서 발견된다. 기원후 1세기 무렵에는 이라크, 시리아에 있던 외부 문명과 교류한 흔적이 나타난다.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 인도와 만나고, 아라비아 반도를 돌아 홍해로 나가 로마제국과도 교역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과의 무역을 보여주는 유물들도 있다. 지금 부채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는 두바이가 아시아와 유럽·아프리카를 잇는 물류·금융 허브로 몇년새 떠올랐지만 이미 역사의 초창기부터 이 일대는 교류의 중심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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