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어제의 오늘/로디지아에서 짐바브웨로

딸기21 2009. 11. 1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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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척자’로 꼽히는 영국 출신 귀족사업가 세실 로즈는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의 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로즈 장학금’으로도 유명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받았다는 로즈 장학금은 영어권 모든 학생들의 ‘꿈의 장학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는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로즈 박물관이 있고 말을 탄 로즈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그가 사실은 제국주의자로서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을 학살·착취했다는 사실도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영욕을 상징하는 이름은 ‘로디지아’다. 로디지아는 그의 이름을 따서 남아공 옆에 세워졌던 나라다. 스페인 펠리페2세의 이름에서 나온 필리핀이라는 이름과 함께 로디지아라는 국명은 제국주의자의 영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름이었다.


로즈는 케이프식민지의 총독을 지내면서 보어전쟁을 일으켜 같은 백인 식민지배층인 보어인(남아공의 네덜란드계 주민들)을 몰아냈고, 원주민들에게 헐값을 주고 땅을 사들이거나 빼앗아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었다. 동남부 아프리카를 흐르는 림포포강을 넘어 오늘날의 잠비아에 이르는 지역이 그의 영토였다. 정작 로즈의 말년은 좋지 못했다.

네덜란드계와의 충돌이 물의를 빚어 총독 자리에서 물러났고, 명예와 건강을 모두 잃은 뒤 49세를 일기로 1902년 로디지아의 마토포 언덕에 묻혔다.

로즈가 남긴 나라, 로디지아의 운명은 더욱 가혹했다. 1965년 11월 13일 로디지아를 이끌던 이언 스미스의 백인정권은 로디지아공화국, 남로디지아, 짐바브웨로디지아의 세 자치공화국을 묶어 ‘짐바브웨 공화국’을 출범시키며 남아공으로부터의 완전 독립을 선언했다. ‘짐바브웨’는 현지 원주민인 반투족 언어로 ‘큰 돌집’을 뜻한다. 반투족은 오늘날 ‘그레이트 짐바브웨’로 알려진 넓은 지역에 큰 나라를 세웠고 거대한 석조건축물들을 남겼는데, 거기서 연유한 이름이다.

스미스 정권의 독립선언 뒤에도 영국과 남아공은 짐바브웨를 인정하지 않았다. 로버트 무가베 현대통령이 이끄는 흑인세력이 집권해 완전한 독립국가로서 짐바브웨를 재출발시킨 것은 80년에 이르러서였다. 그 사이 25년간 이 나라에서는 흑-백 세력간, 그리고 백인 세력 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북한식 독재’로 나라를 장악한 무가베는 독립영웅을 자처하며 사회주의를 실시하려 했으나 남아공의 압력과 국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야당 지도자를 사자밥으로 내던지는 무가베의 폭정, 천문학적인 물가상승률과 빈곤에 국민들은 고통받고 있고 국제사회로부터는 손가락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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