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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카르자이 재선 확정

딸기21 2009. 11. 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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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깜짝 방문,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대통령궁으로 들어가고 있다.  카불|로이터연합뉴스


부정선거 논란에 시달리던 아프가니스탄의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원 덕에 간신히 재선을 확정지었다.
아프간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C)는 2일 대선 결선투표를 취소하고 카르자이의 재선을 확정지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부정선거 논란을 제기해온 야당 후보 압둘라 압둘라는 오는 7일 치러질 예정이던 결선투표에 불참하겠다고 전날 발표했었다. 아지줄라 로딘 선관위원장은 “압둘라의 불참에 따라 결선투표를 취소하고 카르자이를 최종 당선자로 확정지었다”고 선언했다.

이날 카불을 깜짝 방문, 카르자이와 회담하고 압둘라와도 만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즉시 선관위의 결정을 환영했다.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은 카르자이를 축하하며 “아프간 정부의 재건·치안확보 노력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환영 성명을 냈다.

카르자이는 아프간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부족 파슈툰족 출신의 온건파 지도자다. 아버지 때부터 이름을 날린 정치명문가의 후계자로서 1980년대 옛소련 점령에 맞선 투쟁으로 유명해졌다. 89년 소련군이 물러난 뒤 구성된 아프간 정부에서 외무차관을 지냈다. 96년 탈레반 집권 뒤 파키스탄으로 망명했다가 2001년 미군 점령으로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자 귀국했다. 그해 12월 미국이 지원하는 과도정부 수반이 됐고 2004년 대선에서 55%의 지지율로 초대 민선대통령이 됐다.
당초 온건하고 서구적·합리적인 지도자로 인기를 끌었으나 집권 5년을 지나면서 평판이 급전직하했다. 친동생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급료까지 받아챙기면서 스파이 노릇을 하고 아편 밀매조직들과도 연결돼있는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관리들의 부패에 치안 부재로 국가 재건사업은 번번이 차질을 빚었다. 암살 시도가 잇따르자 불안감 때문에 카불 밖을 못 나가, ‘카불 대통령’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부정선거 논란으로 서방의 여론마저 등을 돌렸다.

미국과 유엔은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어쩔수 없이 그를 계속 밀어주고 있지만, 외세에 의존한 카르자이가 향후 정국을 장악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아프간 ‘민주정부’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결선 없이 ‘50% 미만 지지’로 대통령이 된 이상 정통성 시비가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에 동·남부 대부분 지역을 빼앗긴 채 ‘반쪽 대통령’으로 지낼 공산이 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 중순쯤 아프간 추가증파 여부를 결정,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카르자이 정권의 신뢰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증파를 한다 해도 미군은 ‘허약한 파트너’ 문제로 고민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테러 당한 유엔, 결국 아프간 직원들 대거 철수 (11.5)

지난달 말 탈레반의 공격을 받은 유엔이 아프가니스탄 주재 직원들을 대폭 철수시키기로 했다.
알림 시디크 유엔 아프간대표부 대변인은 5일 “현재 1300명에 이르는 주재 인력 중 비핵심직원 600여명을 앞으로 4~5주 동안 안전지대로 피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치안 상황이 안정되고 직원들의 안전한 숙소를 확보하면 다시 증원할 것”이라면서 “유엔이 아프간에서 철수하거나 활동을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유엔은 그동안 카불 등 주요 도시에 90여개의 게스트하우스를 빌려 외국인 1100여명을 포함한 직원들의 숙소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카불 시내 숙소에서 탈레반의 자폭테러가 일어나 직원 5명이 숨지는 일이 일어나 주재 인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즉시 “유엔의 아프간 프로그램은 계속될 것”이라 공언했고 이틀뒤 카불을 전격 방문했지만 안전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일고 현지 직원들의 동요가 계속되자 결국 대거 철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선 부정선거 파문이 일단락됐음에도 아프간의 혼란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BBC방송은 지난 4일 남부 헬만드 주에서 작전중이던 영국군 5명이 아프간 경찰에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범인들은 즉시 도망쳤고, 아프간 정부와 영국군이 체포작전에 나섰다. 이 사건은 탈레반이 아프간 경찰 내부에 들어가 있거나, 혹은 경찰들이 탈레반에 매수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국 언론들은 충격 속에 다시 철군론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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