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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특사가 이라크 로비스트로? 점입가경 에너지기업들의 로비전

딸기21 2009. 11. 12.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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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유엔 부특사를 지낸 미국 외교관 피터 갤브레이스는 아프간 대선 부정을 유엔이 감추고 있다고 폭로한 뒤 지난 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해임됐다. 경제학자 존 K 갤브레이스의 아들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 등과 친분이 그가 아프간을 떠나 옮겨간 곳은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이었다.
쿠르드 지역은 이라크의 대표적인 유전지대다. 크로아티아 주재 미국 대사 등을 지낸 갤브레이스는 2005년 여름 이 곳에서 쿠르드 자치정부의 헌법 제정을 도운 경험이 있다. 쿠르드족은 이라크의 주류인 아랍계와는 사이가 나쁘며 유전개발 권한을 차지해 자치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갤브레이스는 이 지역 속사정에 정통하고 쿠르드 정부에 지인이 많다. 뉴욕타임스는 12일 갤브레이스가 노르웨이 석유회사 DNO에 쿠르드 지역 타우케 유전개발권을 얻어내 주기 위한 로비스트로 변신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의 용감한 ‘내부고발자’로 떠올랐던 갤브레이스의 변신은 지난 달 노르웨이의 한 탐사보도 매체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미국 고위 외교관에 유엔 부특사를 지낸 인물이 전후 재건지원 경력을 발판 삼아 곧바로 석유 로비스트가 됐다는 사실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9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침공에 참여한 전직 미군 가운데 석유 로비스트로 변신한 이들이 상당수다. 유엔과 미국·유럽 외교관들 가운데도 중동 전문가와 석유 로비스트 사이를 오가는 인물이 적지 않다. 갤브레이스와 선거부정 처리로 다퉜던 유엔 아프간 특사 카이 아이데 역시 노르웨이 석유회사 스타토일 자문위원 출신이다.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등은 재건에 속도를 내기 위해 주요 유전들의 개발 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 기업들의 ‘이라크 유전개발권 로비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에는 마지눈 유전과 웨스트쿠르나 2단계 유전, 키르쿠크 유전 등의 개발권 입찰이 이뤄진다.
갤브레이스 같은 외교관 출신들이 로비스트로 나서는 것은 각국 에너지기업들이 세계 2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진 이라크 유전에 사활을 걸고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DNO의 최고경영자 헬게 아이데는 “그가 가진 지식이 우리의 협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이라크 정부는 이탈리아 에니, 미국 옥시덴탈, 한국가스공사 컨소시엄과 남부 주바이르 유전 개발계약에 가서명했다. 사흘 뒤에는 미국 엑손모빌, 영국·네덜란드 합작기업 로열더치셸과 남부 웨스트쿠르나 1단계 유전개발 계약을 맺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영국 BP와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이 단일 유전으로는 이라크 최대규모인 루마일라 유전 개발권을 1차 낙찰받았다. 일본의 신일본석유는 8월 중남부 나시리야 유전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라크인들의 반발 속에서도 다국적 기업들의 ‘유전 나눠먹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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