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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아이티, 또 내전인가

딸기21 2004. 2. 2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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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의 내전이 격화하자 미국이 개입에 나섰다. 이라크 전후처리에 바쁜 미국은 적극 개입을 꺼려왔지만 아이티 상황이 위기로 치닫자 결국 해병대를 파병했다. 반군은 제2의 도시를 점령하고 수도를 향해가고 있으며, 오랜 세월 미국의 영향력 속에서 부침을 거듭해왔던 아이티는 다시 내전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미 해병대 파견

미 정부는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주재 미 대사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해병 50명을 파견했다고 CNN방송 등이 23일 보도했다. 국방부측은 파견된 병력이 엘리트 요원들로 구성돼 있다면서 "하지만 아이티에 대한 대규모 군사개입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번 파병이 대사관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걸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펜타곤이 어쩔수 없이 개입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파병 부대원들은 반테러지원팀(FAST) 소속 정예요원들로 알려졌다. 미국은 앞서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인근에 아이티 난민수용소를 설치하면서 아이티 사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반군의 공세

아이티 반군은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즉시 하야를 요구하면서 전날 제2의 도시인 캅 아이티앵을 점령했다. 반군은 수도 포르토프랭스로 곧 진격할 것이라고 선언했으며, 아리스티드 대통령 지지세력들은 수도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일대 교전을 준비하고 있다. 양측의 교전으로 지금까지 11명 이상이 숨졌다. 현지 언론들은 무장 반군이 포르토프랭스 외곽 경찰서를 습격하는 등 이미 수도 공격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반군은 이달초 북부 고나이브스 지역을 거점으로 봉기를 일으켰다. 반군은 주로 1990년대 초·중반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민주혁명으로 쫓겨난 라울 세드라스 군사독재 정권의 잔당들로 이뤄져 있다. 지도자는 아리스티드 대통령에게 충성하다 변절한 지역 군벌 부테르 메타이에르(33)로 알려졌다. 군사정권 잔당들은 지난 93년 독재자 세드라스가 축출된 뒤 이웃한 도미니카공화국에 피신했다가 최근 국내에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옛 기득권층과 연합, 합법적 선거로 집권한 아리스티드 정부를 전복시키려 하고 있다.

하야 압력 받고 있는 아리스티드

올해 50세의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카톨릭 신부 출신으로, 해방신학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세드라스 정권에 맞서 지난 90년 대선에 출마, 당선됐으나 이듬해 군부 쿠데타로 실각했다. 미국 망명생활을 하다가 93년 미국의 군부 축출작전에 따라 귀국, 아이티를 통치해왔다. 미국은 20세기 내내 아이티의 독재정권을 지원했으나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세드라스를 버렸다.

미국 해방노예들이 건너와 건국한 아이티는 면적 2만7560㎢, 인구 750만명의 소국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400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아리스티드 대통령은 2000년 재선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미국의 견제와 기득권세력의 반발로 인해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데 실패, 국민들의 지지를 크게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