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옛소련 '독재 도미노'

딸기21 2009. 9. 1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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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의 ‘독재 도미노’는 언제나 끝날까. 독립 이래 장기집권해온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아예 종신집권으로 가기 위해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카자흐스탄의 집권 여당인 누르 오탄(Nur Otan) 당의 부총재인 다르칸 칼레타예프가 “대통령의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14일 보도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측근인 칼레타예프는 “국가원수의 지위와 관련된 모든 측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 개헌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는 대통령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1991년 카자흐 독립과 함께 집권한 나자르바예프는 지금까지 20년째 장기집권하면서 독재체제를 공고히 해왔다. 이미 2007년 카자흐 의회는 한차례 헌법을 개정해 그의 대통령 임기 제한을 없앴다. 2012년 임기가 끝날 예정이던 그는 이 조치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다. 
이번에 누르 오탄 당이 추진하는 개헌은 아예 선거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어서, 나자르바예프의 왕국을 만들자는 제안이나 다름없다. 칼레타예프의 발언이 나오기 일주일 전 나자르바예프 측은 대통령 공식 웹페이지에 비슷한 내용의 개헌 주장을 담은 한 대학교수의 ‘기고’를 실었다. 물밑에서 개헌을 위한 사전작업이 이미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나자르바예프의 종신집권을 막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카자흐 의회는 누르 오탄 당원들로만 구성돼 있고, 이름 뿐인 야당조차도 나자르바예프의 딸이 당수로 있기 때문에 개헌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아무도 없다. 카자흐 정치분석가 도심 사트파예프는 AP인터뷰에서 “정치엘리트들 중에는 나자르바예프의 종신집권을 보장해놓는 것이 정치를 안정시켜 득이 될 거라 여기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내년초부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순번 의장국을 맡을 카자흐가 독재 조치를 노골화하는 걸 꺼리고 있으나 중국이 카자흐 편에 서있기 때문에 막을 방법이 마땅찮다. 카자흐는 300억 배럴의 추정매장량을 보유한 석유부국이다. 중국 에너지회사들은 카자흐 유전개발에 대거 투자, 신장위구르를 거치는 송유관으로 석유를 끌어가고 있다.




이웃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역시 91년 독립 때부터 집권해온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잇단 개헌으로 2014년까지 임기를 늘렸다. 카리모프는 헌법의 대통령 3연임 금지조항마저 무시하고 종신대통령-권력세습 체제를 만들고 있다. 94년 집권한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모노프는 2020년까지 자신의 임기를 보장해 놨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자신의 글로 교과서를 채우는 등 엽기적인 독재를 펼쳤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가 2006년 급서한 뒤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취임해 민주주의로 조금씩 이행하고 있다. 

그나마 긍정적인 곳은 최빈국 키르기스스탄이다. 키르기스에서는 초대 대통령 아스카르 아카예프가 억압통치를 펼치다 2005년 ‘레몬혁명’으로 축출됐고, 중앙아시아 독립국들에서는 드물게 민주적인 선거를 거쳐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이 집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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