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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총선이 27일 실시됐다. 막판까지 접전이 벌어진 가운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중도우파 기민-기사당(CDU-CSU)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슈피겔, 도이체벨레 등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와 ‘대연정’을 구성했던 중도좌파 사민당(SPD)이 뒤를 쫓고 있으나 정권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어느 한쪽도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채 이합집산을 통해 연정을 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메르켈 총리는 26일 기민당 참모들을 소집해 “총선 당일날 오전까지도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또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면서 “마지막 한 표의 계산이 끝날 때까지 싸울 것”이라 다짐했다. 메르켈은 “기민당은 독일을 이끌어갈 능력이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면서 금융위기 극복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사민당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당수는 “승자와 패자로 사회가 갈라지게 만드는 정부는 안 된다”면서 중도우파 연정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유권자들에게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은 지난 2005년 메르켈 취임 때부터 좌-우 대연정을 구성해 4년 동안 동반 집권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이 중도우파 자유민주당(FDP)으로 연정 파트너를 바꾸겠다고 밝히면서 사이가 갈라졌다. 메르켈 밑에서 부총리 겸 외무장관을 맡아온 슈타인마이어는 자유민주당과 녹색당을 끌어들여 중도-좌파 연정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선거 전날까지도 부동층이 20%에 이르러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메르켈의 재집권이 유력시된다. 지난 25일 슈피겔의 여론조사에서 기민-기사 연합은 33%, 사민당 25%의 지지율을 보였다. 연정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자민당은 14%, 옛 사회주의정당과 동독 공산당이 결합해 2007년 만들어진 좌파당은 12%, 녹색당은 10%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다.
기민-기사 연합은 지난 6월 주(州) 선거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이번 총선전에서도 막바지로 갈수록 사민당이 상승세를 탔다. 메르켈은 당초 사민당을 큰 차이로 앞섰으나 초반 캠페인에 너무 소극적으로 임하는 실책을 범했다.
AFP, 로이터통신은 “이 때문에 메르켈은 자신이 원한 우파연합 대신 결국 사민당과 다시 손을 잡아야 하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이체벨레도 ‘2차 대연정’에 무게를 실었다. 메르켈과 슈타인마이어는 4년 동안 큰 무리없이 공동정부를 꾸려왔다. 신문은 양자 간 ‘이데올로기적인 분쟁’이 거의 없었다는 점, 경제위기 대책 등 공동 정책과제들이 산적해있다는 점을 들었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은 2차 대전 종전 이후 최대규모의 증세를 결정, 소비세를 16%에서 19%로 끌어올렸다. 보수파들은 ‘큰 정부’로 간다며 비난했지만 메르켈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증세에 합의했다. 또 최저임금제 적용 범위를 늘리는 등 사민당 정책들을 받아들였다. 사민당은 연금 수령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올리며 메르켈의 재정적자 줄이기 정책에 호응했다.
양측은 글로벌 금융위기 뒤 총 810억 유로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2건을 발표했다. 5000억 유로의 유동성위기 완화 자금을 풀었고, 1000억 유로 규모의 금융기관 부실자산 처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제너럴모터스(GM) 계열 자동차 회사 오펠 살리기도 대연정의 산물이었다. 기후변화 문제에서 메르켈은 좌파 못잖게 선도적인 입장이고, 러시아와도 관계가 좋아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빈축을 샀을 정도였다. 메르켈과 슈타인마이어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메르켈은 핵발전 확대에 찬성한다는 점, 슈타인마이어는 아프간 파병군 철수를 주장한다는 점 정도다.
슈피겔은 “전형적인 관료 스타일인 슈타인마이어는 메르켈에게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메르켈에겐 차라리 경제위기나 여당 내부의 도전이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헬무트 콜 전총리 등 기민당 내 우파들은 메르켈이 좌파 파트너에게 끌려다닌다며 비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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