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달리트 신문'의 반란

딸기21 2009. 9. 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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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분델칸드는 전통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전형적인 미개발 농촌지역입니다. 이 지역에 주로 살고 있는 소수 부족인 분델리족은 인도의 개발 바람과 고성장에서 소외돼있을 뿐 아니라, 근 10년 동안 가뭄이 닥쳐 끼니를 잇기도 힘겨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교육은 ‘권리’가 아닌 ‘사치’일 뿐이랍니다.



분델칸드가 어디인가 했더니... 유명한 카주라호 사원이 있는 곳이로군요.
영화 <인도로 가는 길>에 나왔던 그곳이 아닌가 싶은데 기억이 가물가물...
섬세하고 에로틱한 조각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곳이죠 ㅎㅎ


어른들도 대부분 문맹인 이 곳에 몇년 전부터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이 7일 소개했습니다. 힘겨운 노동과 빈곤에 시달리던 이곳 여성들이 뉴델리의 ‘배운 여성들’과 힘을 합해 지역신문을 창간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신문을 나눠주는 카바르 라하리야 기자들

뉴델리에서 활동해온 여성단체 니란타(http://www.nirantar.net)의 활동가들은 열악한 현실 속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고통받던 이곳 여성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분델리어로 ‘뉴스의 물결’을 뜻하는 ‘카바르 라하리야’라는 주간 신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죠.
카스트제도의 족쇄가 여전히 강한 인도에서 니란타는 일부러 최하위 계급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 여성들과 함께 일을 시작했습니다. 글을 모르는 여성들에게는 가르치고, 배운 여성들은 다시 다른 여성을 가르치는 식으로 ‘기자들’을 키워 그 지역 최초의 분델리어 신문을 창간했습니다.
 

문맹인 달리트 여성들끼리 모여, 영어나 힌디도 아닌 지역 방언으로 신문을 낸다는 것은 처음에는 넌센스처럼 들렸겠지요. 니란타의 디샤 물릭은 “그나마 초등교육을 받았다는 이들도 오랫동안 글을 읽고 써보지 못해 다 잊은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2005년 5월 15명의 달리트 여성들은 4쪽 짜리 첫 호를 발간했습니다.



이게 바로 그 신문입니다. 꼬부랑꼬부랑~ 읽을 수는 없지만, 삽화가 참 귀엽네요 ^^


이들은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취재, 기사쓰기, 신문제작, 판매의 모든 과정을 맡아 했습니다. 분델칸드에는 인도에서는 흔한 위성TV도 없어 사람들은 세상일에 어두웠습니다. 특히 힌디나 영어를 모르는 분델리부족은 세상에서 격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최초의 분델리어 신문이 탄생하자 글 모르는 이들도 좋아했습니다. 기자들은 마을들을 돌며 ‘문맹 독자’들을 위해 큰소리로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여성들, 그것도 달리트들이 하는 일에 대한 반감이 없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편집장 미라는 “상위 카스트들 중에는 우리의 활동을 냉대하고 무시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곧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지금은 발행부수가 2만5000부에 이르며, 부당 2루피(약 50원) 짜리 신문을 파는 가판대가 400개 마을에 총 4000개 가량 들어서 있습니다. 신문 분량은 8쪽으로, 직원 수는 20여명으로 늘었습니다. 모두 비주류인 무슬림과 달리트 여성들이라고 합니다.



카바르 라하리야 신문을 읽는 여성


신문이 자리를 잡으면서 달리트 여성들에겐 일거리와 직장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변화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억압과 차별과 가난에 시달려온 여성들 사이에 현실에 대한 문제제기가 생기면서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당장 글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기술을 익히고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었고요.
 

유엔이 정한 ‘세계 문해(文解)의 날’인 8일 유네스코는 니란타와 ‘카바르 라하리야’에 문맹퇴치 공로상인 ‘세종상’(이름에서 보이듯, 한국이 후원하는 세종대왕 상입니다 ^^)과 상금 2만달러를 수여했습니다.
인도 신문인 데칸헤럴드는 “사회정의를 향한 ‘달리트 신문’의 투쟁이 인정받았다”며 이들의 노력을 소개했고, 알자지라방송은 “분델리인들은 작은 신문을 통해 ‘미래’를 읽는다”고 보도했습니다.


★ 아시나요

빈곤지역 여성들이 글을 알게 되면 보건·위생 등 삶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유엔은 아프리카, 아시아 빈곤지역 여성들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케냐에서는 여성들에게 글 읽기 등 초등교육을 가르쳤더니 지역 전체의 에너지사용이 효율화돼 환경파괴가 줄고 유아사망률이 낮아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빈곤지역에서는 대부분의 경제활동을 여성들이 맡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에는 글을 모르는 성인인구가 7억760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성인문자해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쿠바, 에스토니아, 폴란드(99.8% 이상) 등이며 부르키나파소(23.6%), 말리(24%), 아프가니스탄(28.1%) 등은 최하위 수준이네요. 인도의 경우 평균 61%의 문자해독률을 보이지만 여성들은 47.8%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