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백년해로

딸기21 2009. 9. 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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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에서 본 뉴스입니다.

81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온, 영국의 노부부 중 남편이 숨졌다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101세였고, 지금까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면서 영국인들에게 귀감이 되어왔기 때문에 영국인들이 다같이 애도를 하고 있다더군요. 영국이 아니라,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오랫동안 서로 사랑하며 ‘백년해로’를 해온 부부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영국 웨일즈의 플리머스에 살고 있던 프랭크 밀포드 씨. 밀포드 부부의 76세 된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 어머니는 아버지 손을 꼭 잡고 계셨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3주 정도 아버지는 아무것도 드시지도, 마시지도 않으셨어요. 이제는 떠나실 때가 되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버지도 지금이 그 때라는 아셨나봅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큰 병 없이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니 감히 행복한 죽음이라 해도 되겠지요.

생전의 프랭크와 아니타 부부의 모습입니다. 사진은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서 퍼왔어요.



프랭크는 1926년 YMCA 댄스 강좌에 갔다가 미래의 아내 아니타를 처음 만났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2년 뒤인 1928년 결혼식을 올렸습니다(데일리메일은 “1파운드 지폐가 처음 발행된 해이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해였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네요).

결혼식 마치고 두 사람은 나란히 찰리 채플린이 출연한 영화를 보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젊은 시절 모습을 한번 볼까요. 1926년의 두 사람이랍니다.



플리머스가 고향인 두 사람은 이곳에서 자라나고 짝을 만나 혼인한 뒤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2차 대전 동안에도 고향 집을 지켰다는 군요. 독일군의 대공세 때에는 폭탄이 두 번이나 이들의 집을 아슬아슬하게 비껴지나가는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평생 사랑하며 살았던 부부의 결혼생활의 비밀은 뭘까요. 생전의 프랭크와 아니타는 다름 아닌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그리고 ‘키스하기와 포옹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먼저 잘 해주기,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반드시 키스하고 포옹하기.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운 비결이네요. 부부는 두 자녀와 다섯 손자손녀, 일곱 명의 증손을 두었습니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유머를 잃지 않았다”고 회고했습니다.

프랭크가 딱 몇 달만 더 살았더라면, 내년 2월이 되면 두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 해로한 부부’로 기네스북에 오를 참이었다는군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도록 결혼생활을 한 부부 기록은 인도의 귀족이었던 테물지 비차이 나리마 경(卿)과 부부가 갖고 있습니다. 사촌지간인 두 사람은 1853년 결혼해서 1940년까지 함께 했었다는군요.



반세기 넘도록 오래오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온 또 다른 장수커플의 비결도 들어볼까요.

2005년에 로이터통신에서 보고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 때 영국 최장수 결혼생활 기록 보유자였던 퍼시 애로스미스와 부인 플로렌스의 이야기가 화제였지요. 당시 퍼시는 105세, 플로렌스는 100세였습니다. 부부는 1925년에 결혼해서 80년 동안 해로했습니다. 두 사람은 ‘부부합산 나이 세계 최고령’ 부문에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었지요.

부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로 꼽은 것은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남편 퍼시는 또 “축복받은 결혼생활을 하고 싶다면 남편들은 딱 두 마디만 하라”면서 그 두 마디는 바로 “알았어, 여보(Yes, dear)”라는 말이라고 충고했었습니다. 바꿔 말하면, 남편이 부인 말을 잘 들어야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산다는 얘기였지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퍼시는 세상을 떴고요, 플로렌스는 그 뒤에도 2년을 더 살고 2007년 숨을 거뒀습니다.

어찌 보면 오래 가는 결혼생활의 비결은 참 평범한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프랭크와 아니타의 이야기를 읽은 이들이 데일리메일 기사에 남긴 댓글.

“결혼을 일회용품처럼 생각하는 유명 인사들이 이 아름다운 커플에게서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미국 휴스턴에서, 카일라)

그 밑에 또 댓글이 달렸습니다.

“명사들만이 아니다. 유명인이 아닌 다른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다.”

(루시)

하지만 참 말만큼 쉽지 않은 일... 그래도 노부부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겨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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