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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6일부터 사흘 동안 러시아를 방문한다. 지난 4월 G20 정상회의 때 영국 런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적은 있지만, 모스크바 방문은 취임 뒤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올해말 끝나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I)의 후속 협정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전 협력 문제와 이란 핵 이슈 등 다양한 현안들을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오바마와 푸틴의 만남’이다. 총리로 내려앉은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은 여전히 러시아를 움직이고 있다.
둘 사이에는 벌써 ‘기싸움’이 시작됐다. 오바마는 2일 AP통신과 만나 “푸틴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에 한 발을 걸쳐놓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오바마는 “우리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푸틴 총리가 여전히 많은 큰 힘을 지니고 있다”면서 “푸틴이 냉전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취임 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유럽 방문 때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리셋(재설정)’ 버튼을 누르고 싶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 오바마와 메드베데프의 4월 회동도 ‘훈훈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그 뒤에도 실질적인 진전은 이뤄진 것이 없다. 오바마는 메드베데프 뒤에서 푸틴이 발목을 잡는다고 보고, 작심하고 푸틴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는 러시아의 두 지도자를 구분지어 대응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모스크바에서 메드베데프와 수차례 만나 총 8~9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푸틴과는 둘째날 90분간 조찬회동을 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오바마의 일정 중 상당수가 ‘푸틴 압박용’으로 짜여졌다. 오바마는 7일 아침 푸틴과 만난 뒤, 곧바로 푸틴과 사이가 나쁜 옛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만난다.
같은 날 오후에는 야당 지도자들을 만나고, 반 푸틴 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방문해 인터뷰를 한다. 푸틴이 대통령이던 2006년 이 신문의 여성 언론인이 살해돼 푸틴 정부와 서방 간 마찰이 일었고 올초에는 또다른 여기자가 살해됐다. 오바마가 일부러 이 신문사와 회견을 하는 의도는 명백하다. 언론 탄압을 그만두고 민주주의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타깃은 물론 메드베데프가 아닌 푸틴이다. 오바마는 또 푸틴의 돈줄인 가즈프롬이 중앙아시아 천연가스를 ‘싹쓸이’해 유럽행 파이프라인을 틀어쥐는 것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푸틴은 역시 만만찮은 상대다. 그에게도 ‘무기’는 있다. 러시아는 외환보유고의 30%를 미 재무부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그중 일부를 매각해 국제통화기금(IMF) 채권으로 돌리겠다며 으름장을 놓을 수 있다. 10년 넘게 미뤄진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문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다. 푸틴은 총리가 된 뒤 에너지·경제문제에 집중하면서 자신이 러시아의 ‘최고 위기관리자’임을 부각시켜왔다. 달러 대신 새 기축통화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여온 것도 푸틴이었다. 하지만 푸틴 측은 2일 “기축통화 문제를 놓고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푸틴은 주로 경제문제를 놓고 오바마와 줄다리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앤드루 쿠친스는 모스크바타임스 기고에서 “오바마는 필요하다면 푸틴의 다차(여름별장)에라도 가야 한다”며 “아무리 껄끄러워도 그와의 만남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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