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네 다락방

장자일기/ 추남 애태타

딸기21 2009. 3. 22. 19:05
728x90
12.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위(衛)나라에 못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은 애태타라 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 남자들은 그 사람 생각에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사람을 본 여자들은 부모에게 딴 사람의 아내가 되느니 오히려 그 사람의 첩이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데, 그 수가 열 몇 명으로 아직도 계속 늘어간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나서서 주창하는 일이 없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동조할 뿐입니다. 임금의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 준 일도 없고 곡식을 쌓아 두고 사람들의 배를 채워 준 일도 없습니다. 거기다가 몹시 추하게 생겨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동조할 뿐 주창하는 일도 없고, 아는 것이라고는 자기 주변의 일상사를 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남자 여자가 그 앞에 몰려드는 것은 그에게 반드시 보통 사람들과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13. 그래서 저도 그 사람을 불러 살펴보았습니다. 과연 추하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달이 채 못 되어 그 사람됨에 반했고, 한 돌이 채 못 되어 그 사람을 믿게 되었습니다. 마침 나라에 재상이 없어서 제가 나라 살림을 맡기려 했더니, 모호한 응답을 하는데, 분명하지는 않지만 사양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민망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라 살림을 떠맡겼습니다. 그랬더니 금방 저를 떠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뭔가 잃어버린 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 아무와도 이 나라를 다스리는 기쁨을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14.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초 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마침 새끼 돼지들이 죽은 어미의 젖을 빠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새끼 돼지들은 조금 있다가 순식간에 죽은 어미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어미 돼지에게서 저희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이제 저희와 전혀 다른종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미를 사랑한 것은 그 몸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몸을 움직이는 무엇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는 무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장식이 필요 없고, 발이 잘린 사람은 신 같은 것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소용없기 때문입니다.
왕의 후궁들은 손톱을 깎지 않고, 귀에 귀고리 구멍을 내지 않습니다. 새로 장가든 사람은 제 집에 자고, 숙직을 하지 않습니다. 몸을 온전히 하는 일도 이렇게 하는데, 덕을 온전케 하는 일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지금 애태타는 말을 안 하고도 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아무런 공적 없이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나라 살림을 맡아 달라고 하면서 맡아 주지 않을까봐 염려마저 하게 합니다. 이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재질을 온전히 하면서도 그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15. 애공이 물었습니다. “‘그의 재질을 온전히 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죽음과 삶, 생존과 파멸, 성공과 살패, 가난과 부유함, 현명함과 어리석음, 비방과 칭찬, 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이것이 모두 사물의 변화요 명(命)의 운행으로서, 우리 앞에 밤낮으로 번갈아 나타나지만 우리의 앎으로는 그 시원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이 마음의 조화를 어지럽히거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오게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조화롭고 즐겁도록 하고, 시원히 트여 기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밤낮으로 틈이 없도록 하고, 만물과 더불어 [화기 어린] 봄을 맞습니다. 이것이 사물에 접해서 마음에 봄이 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일러 인간에게 주어진 재질을 온전하게 한다고 합니다."

16. “그러면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평평한 것은 불이 완전히 고요해진 상태입니다. 이것이 본보기가 될 수 있음은 안에 고요를 간직하고 밖으로는 출렁거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을 이룬 사람은 조화를 이룬 사람으로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서 떠나지 못합니다."

17. 애공이 훗날 민자(閔子)에게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처음 임금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면서 백성이 법을 지키게 하고 그들이 죽지 않도록 염려하는 것으로 나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소. 이제 지인(至人)의 말을 들으니 내겐 임금다운 바탕도 없으면서 몸을 가볍게 놀려 나라를 망치는 것이 아닌가 두렵소. 나와 공자는 임금과 신하의 관계가 아니라 덕으로 맺어진 벗이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