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네 다락방

장자일기/ 무지와 공자와 노자

딸기21 2009. 3. 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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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노나라에 형벌을 받아 발이 하나 잘린 숙산무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발을 절면서 공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공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일찍이 근신하지 못해서 죄를 짓고 이 꼴이 되었거늘, 지금 이렇게 나를 찾아온들 무슨 수가 있겠는가?"
무지가 말했습니다. “저는 제 할 바를 모르고 제 몸을 함부로 굴리다가 이처럼 발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찾아온 것은 발보다 더 귀중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온전히 지키려 온 것입니다. 무룻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땅은 모든 것을 실어줍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저 하늘이나 땅과 같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찌 선생님께서 이러실 줄 알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습니다. “내가 생각이 좁았네. 안으로 들어오지 않겠는가? 내가 듣고 배운 바를 말해 드리리다"
그러나 무지는 그냥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힘써 배워라. 무지는 발을 잘리고도 힘써 배워 전에 저지른 잘못을 갚으려 하거늘, 하물며 온전한 덕을 가진 너희들이랴."

11. 무지가 이 이야기를 노자에게 했습니다. “공구는 지인(至人)의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 까마득하더군요 그런데 그가 어찌하여 자꾸 선생님께 와서 배우려 하는 것입니까? 그는 괴상하고 허황한 이름을 원하고 있지만 지인은 이런 것들을 질곡으로 여긴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 아닙니까?"
노자가 대답했습니다. “왜 그에게 직접 죽음과 삶도 한 가지요, 됨과 안 됨도 한 줄에 꿰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서 그 질곡에서 풀려 나게 하지 못했는가? 그러면 되는 것 아니겠나?"
무지가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리는 벌인데 제가 어찌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좁은 공자는 결국 '천벌 받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속이 시원하다.
장자가 무지의 입을 빌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과 죽음이 한 가지요 됨과 안 됨도 한 줄에 꿰어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천벌을 받은 듯 질곡에 매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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