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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신도가와 정자산

딸기21 2009. 2. 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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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가(申徒嘉)와 정자산(鄭子産)

6. 신도가는 형별로 발이 하나 잘린 사람입니다. 정(鄭)나라 재상 자산과 함께 백혼무인을 스승으로 모셨습니다. 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기로 하세."
그 다음날 둘이 또 한 방에 들어가 같은 자리에 앉게 되자, 자산이 신도가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내가 먼저 나가면 자네가 남아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남아 있기로 하세. 이제 내가 먼저 나갈 터이니 자네가 남아 주겠는가. 또 자네는 나같은 재상을 보고도 자리를 비키지 않으니 자네가 재상과 맞먹겠다는 것인가?"

7. 신도가가 대답했습니다. “선생님의 문하에 정말로 이처럼 재상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자네는 재상이라고 우쭐해서 남을 뒤로 밀어내려 하는군. 듣건대 ‘거울이 맑으면 먼지가 끼지 않고, 먼지가 끼면 정말로 맑은 거울이 아니다. 현인과 오래 지내면 잘 못이 없어진다’고 하더군. 지금 자네가 우리 선생님을 크게 받들며 살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니, 그것이야말로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8. 자산이 대답했습니다· “자네는 그 꼴에 요 임금과 훌륭함을 겨누려 하는군. 자네의 덕을 헤아려 보게. 그것도 모자라 스스로 반성할 줄 모른단 말인가?"
신도가가 대답했습니다· “자기 잘못을 변명하면서, 벌받은 것이 억울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기 잘못을 변명하지도 않고, 온전한 몸으로 살아남음을 오히려 황공하다 생각하는 사람은 드무네. 어쩔 수 없음을 깨닫고 편안하게 운명(運命)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것은 덕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지.

9. 활 잘 쏘는 예의 활 사정 거리 안에서 놀 때, 그 안은 모두 화살에 맞을 수 있는 땅. 그런데도 맞지 않았다면 그것은 명(命)일 따름이지. 그런데도 자신이 온전하다 하여 내 발 하나 없음을 비웃는 사람이 많았네. 나는 그 때마다 불끈 화를 내다가도 선생님 계신 곳에 가면 그런 마음을 말끔히 씻고 평소 상태로 되돌아왔네. 선생님께서 훌륭하신 덕으로 나를 씻어 주셨나 보이. 내가 선생님을 19년 동안이나 따르며 배웠지만 선생님께서는 아직도 내가 ‘외발’임을 아신다고 내비치신 적이 없으시다네. 이제 자네와 나는 몸 안의 세계를 배우는데 자네는 아직 몸 밖의 것에만 눈을 돌리고 있으니 이것 역시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자산은 부끄러워 풀이 죽은 채, 낯빛을 바꾸고 용모를 고쳐 말했습니다. “이보게, 이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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