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권선언’이 오는 10일 60주년을 맞습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1948년12월1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30개 항의 이 선언은 구속력은 없지만 이후 유엔의 인권 권련 헌장들과 결의의 준거가 됐으며, 인권의 보편적 기준으로서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인권선언 60주년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서는 성대한 축하행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3세계에서는 잔인한 ‘인종청소(제노사이드)’와 민간인 살상이 계속되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테러와의 전쟁’ 등을 이유로 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습니다.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권의 길’은 멀고 험난하기만 합니다.
유엔은 인권선언이 채택된 12월10일을 ‘세계 인권의 날’로 정해 해마다 기념해왔습니다. 인권선언 60주년을 앞두고 유엔은 지난해 인권의 날부터 1년에 걸친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60주년 테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존엄성과 정의(Dignity and Justice for All of Us)’입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매달 세계 인권상황을 짚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아제르바이잔·브라질·콩고·이집트·그리스·파라과이·러시아에서는 인권선언 60주년 기념 국제회의와 인권사진전이 돌아가며 열렸다고 합니다. 지난 9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모두를 향한 인권’이라는 주제로 인권선언 60년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회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올 인권의 날에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60주년 기념식과 유엔인권상 시상식이 개최됩니다. 올 수상자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로 결정됐습니다. 12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회의가 개막되고요. 제네바·뉴욕·파리 동시 인권영화제(10일부터), 중동평화 메시지를 전파해온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인권음악회(10일 뉴욕) 등의 문화행사도 예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성대한 잔치 이면에는 참담한 현실이 숨어 있습니다.
60년 동안 세계의 인권은 크게 향상됐지만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습니다. 수단 다르푸르(아래 사진)는 국제사회가 인권 지키기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유엔은 올해 2만6000명의 평화유지군을 다르푸르에 파병하기로 결정했으나 각국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1만2000명을 보내는데 그쳤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2003년 이래 다르푸르에서는 30만명이 숨졌고 270만명이 난민이 됐으며 470만명이 유엔의 구호식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정부군의 비호를 받는 이슬람 민병대의 학살이 계속되자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 7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기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바시르는 꿈쩍 않고 있고, 석유를 가진 수단의 횡포 앞에 국제사회는 무력하기만 했습니다. AFP통신은 8일 “유엔의 애타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다르푸르는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고 전했습니다.
수단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이어졌습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인권 실태는 여전히 열악하지요. 그루지야 전쟁으로 민간인 살상이 벌어졌지만 실태조차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 레바논, 라이베리아, 네팔 등 제3세계 인권 실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호소했습니다.
유엔은 특히 세계 경제위기 때문에 인권문제가 내년에는 더욱 뒷전에 밀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며칠 전 “경제위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노예상태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법상 인신 매매는 금지돼 있으나, 유엔은 전 세계에서 2700만명 이상이 노예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인권 기구들은 경제위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비인도적인 노예 수준의 노동을 하는 처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권 향상을 위해 선진국들이 더 많은 노력과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국제앰네스티(AI)는 인권선언 60주년을 앞두고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으로 실추된 인권 국가의 명성을 되살려야 한다”며 인권 리더십을 보이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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