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정부의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대안화폐’ 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과 캐나다,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공식 화폐 대신 지역 화폐를 유통시키는 ‘대안화폐’, ‘공동체 화폐’가 뜨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미국 미주리주 북동부의 친환경공동체인 ‘춤추는 토끼 환경마을’에는 ‘양상추 은행’이라는 작은 지역은행이 있다. 이 은행은 ‘그린(green)’이라는 화폐를 발행하고, 지역민들은 이 화폐를 이용해 물건을 산다. 매서추세츠주 서부에는 한 화가가 디자인한 ‘버크셰어(berkshare)’라는 돈이 있다. 이 화폐를 찍어내는 것은 ‘E.F슈마허 소사이어티’라는 비영리재단이다. 뉴욕주 이타카에는 ‘이타카 아워스(Ithaca Hours)’라는 돈이 있다. 시간당 임금을 통화 단위로 바꾼 아워스는 이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돈이다. 법적으로도 인정받고 세금도 부과되는 명실상부한 화폐인데, 이타카에서만 통용된다는 점이 달러와 다를 뿐이다.
캐나다에는 지역화폐거래시스템(LETS)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역 내에서 활발한 유통 단계를 거쳐 이제는 영국에까지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영국 서섹스주 루이스 주민들은 ‘루이스 파운드’를 만들어 쓰고 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교외 카옐릿샤 지역에서는 자급자족 공동체들이 ‘탤런트(talent)’라는 화폐를 만들어 쓴다.
대안화폐들은 대개 공동체의 의미를 되살리고 사고 파는 물건·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들이다. 예전에는 이런 대안화폐들이 아주 소규모 지역·공동체 단위에서만 운용돼 안정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달러를 비롯한 법정 화폐가 인플레이션이나 투기에 몹시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지역공동체의 실물경제에 기반을 둔 대안화폐가 오히려 인플레에 덜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통화가 된 것. 몇몇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화폐는 법적인 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소득을 올려도 세금이 없다. 이 또한 경제위기 때 대안화폐가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이미 과거에도 금융위기나 초인플레 상황에서 대안화폐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 때 스크립(scrips)이라는 어음 성격의 비공식 화폐가 유통됐었다. 돈이 없는 실직자, 빈곤층은 이 화폐를 가지고 지역 상점에서 물건을 산 뒤 수입이 생기면 되갚았다. 2000년대 초반 살인적인 물가상승을 겪은 아르헨티나에서도 대안화폐가 유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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