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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도 막을 내리려나

딸기21 2008. 12. 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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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아르빌에 주둔했던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1일 임무를 끝낸 것을 비롯해, 올 연말까지 이라크에 파병했던 13개국이 일제히 군대를 철수시킬 예정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통해 정한 주둔 시한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이미 시한 만료를 앞두고 이라크 정부와 별도의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체결했습니다. 미국이 존재하지도 않는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를 핑계삼아 일으킨 이라크 전쟁은 상처와 오명만 남긴 채 5년 9개월만에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AP통신 등은 다국적군의 이라크 주둔 기한이 끝남에 따라 각국 파병부대가 올 연말 우르르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최대 15만8000명 규모로까지 늘어났었던 미 주둔군은 현재 14만명 규모로 줄었으며 주력 전투부대인 101공수사단도 벌써 철군을 시작했습니다.
미군은 이라크 정부와의 오랜 밀고당기기 끝에 지난달 말 SOFA 협상을 끝냈습니다. 협정안은 미군의 완전 철수를 요구하는 일부 이라크인들의 반발 속에서도 이라크 의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이 협정안은 2011년까지 미군이 이라크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안권은 이미 이라크 측에 대부분 이양된 상태여서, 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측은 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의 면책 특권을 보장받는 데에 초점을 맞춰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이라크 정부는 9월 현재 이라크치안군(ISF) 54만5000명의 훈련이 끝나 전국에 배치됐거나 배치를 앞두고 있다면서 “미군 점령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도 “이제 이라크에서 미국의 역할은 거의 없다”며 종전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영국 더타임스는 한국, 일본, 몰도바, 통가 등 13개국 주둔군이 올연말까지 모두 철수할 예정이라면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만든 이름뿐인 ‘다국적군’ 시대가 끝났다고 보도했습니다.





9·11 테러로 전세계가 경악한 가운데 유엔 승인을 얻어 치러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달리, 이라크전은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 미국의 ‘나홀로 전쟁’으로 진행됐지요.
유엔 안보리는 미국이 전쟁을 감행하자 어쩔수 없이 개전 이듬해 다국적군을 주둔시켜 이라크 재건을 지원하게끔 결정했는데요. 안보리 결의에 따라 2004년 5월 ‘미군 연합사령부(CJTF)’가 ‘이라크 다국적군사령부(MNF-I)’로 바뀌고 각국 파병부대의 주둔이 시작됐습니다. MNF-I 사령관은 리카도 산체스, 조지 케이시, 데이비드 피트레이어스를 거쳐 미국 레이 오디어노 중장이 맡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2006년, 2007년 연이어 결의안을 통과시켜 올 12월31일까지 다국적군 주둔기한을 연장했으나 올해에는 추가 연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군은 2003년5월 바그다드 점령 뒤 이라크를 북부, 중부, 중남부, 남부로 나눴습니다. 북부·중부는 미군이, 중남부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사단이, 남부는 영국을 필두로 한 유럽사단이 관할했습니다. 이 외에 유엔업무지원단(UNAM)이 이라크에 파견돼 인도주의적 구호를 맡았으며 나토훈련단(NTM)이 파견돼 미국 민간군수회사(PMC)들과 함께 이라크 군과 경찰을 훈련시켰습니다.

이름은 ‘다국적군’이었지만 애당초 이라크전은 미국의 전쟁이었지요.

연인원 수십만명이 이라크를 거쳐갔으나 전투병을 파병한 나라는 미국, 영국, 호주 뿐이었으며 나머지는 모두 ‘재건 지원병력’이었습니다. 니카라과, 온두라스, 도미니카공화국, 필리핀 등 9개국은 형식적 파병뒤 반년도 안돼 철군했습니다. 한때 1300명을 파병했던 스페인은 2004년 마드리드 열차테러가 일어나자 곧바로 이라크에서 군대를 빼냈고요.
이탈리아(파병 3200명), 그루지야(2000명), 일본(600명) 등 14개국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철군을 완료했습니다. 중남부를 관할했던 폴란드도 좌파 정부가 들어선 뒤 2500명 규모에서 200명 규모로 파병부대를 줄였습니다. 영국군도 한때 8500명에서 지난 9월 현재 4100명으로 줄었고... 고든 브라운 총리는 내년초까지 일부만 남기고 철군할 예정입니다.

이번 전쟁은 미군을 비롯한 다국적군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미군은 지금까지 4207명이 숨졌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파병 논란'이 일어났고, 무고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라크 민간인들의 어마어마한 희생, 세대를 이어가며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그 상처는 빼고도 말입니다.
미군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신병모집조차 제대로 안 돼 국방부가 외국인 이민희망자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시민권을 주는 ‘국적 장사’를 했지요. 미 국방부는 딕 체니 부통령의 친정인 군수회사 핼리버튼 등 PMC들에 막대한 이권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라크전은 ‘가장 민영화된 전쟁’, ‘가장 더러운 전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요. 이라크에는 지금도 20여만명의 PMC 직원들, 이른바 ‘용병’들이 남아 있는데요. 요새는 듣기 좋게 contractor 라고들 합니다만... 이들은 SOFA에 의한 신변 보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군요. PMC 직원들은 이라크에서 미군과 함께 전투에 참가, 이라크 민간인들을 많이 살상해 악명을 떨쳤었지요.

다국적군은 해산 단계에 들어갔습니다만, 평화는 요원해 보입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저항세력의 공격은 미국 정권교체기와 다국적군 철군을 앞두고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바그다드, 모술 등지에 연쇄 테러가 난 것을 비롯해 저항세력의 고성능매설폭탄(IED) 공격이 잇따르고 있네요. 9~11월 석달 동안 IED 공격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만 422명에 이르렀습니다.


오바마는 철군일정 연기 시사

당초 “취임 뒤 16개월 내 이라크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현실론’에 부딪쳐, 철군 일정을 변경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오바마는 1일 시카고에서 외교안보팀 인선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라크 철군 계획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음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유임이 확정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지명자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라크 정부와의 새로운 전략적 협정에 따라 이라크에 있는 우리 군 숫자를 단계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전투여단 철군을 앞당길 것임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16개월 내 철군’을 내세웠던 선거 전 공약에서는 다소 물러난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바마는 “16개월이라는 철군 시한은 적당하다고 믿지만 군 사령관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마이크 멀린 미군 합참의장 등 미군 고위 인사들은 “단계적 철군에는 동의하지만 16개월 내 철군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었지요. 오바마는 군 측의 의견을 중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의 넘버원 우선순위는 우리 군대가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 그리고 이라크 정부가 스스로 자국민들의 치안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취임을 50일 가량 앞둔 오바마가 ‘철군 시한’에 구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정을 변경할 여지를 두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바마는 또 지난달말 체결된 이라크와의 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대해 “바른 방향으로 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전투부대의 철군이 완료된 뒤에도 현실적으로 일부 미군을 이라크에 남겨둘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아랍세계의 심장부에 미군을 장기적으로 주둔시키는 것은 지정학적 불안을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많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또 이라크 미군 철수가 늦어지면 오바마가 강조했던 아프가니스탄 파병 확대 계획도 결국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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