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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 "국방장관은 유임"

딸기21 2008. 11. 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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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에 이어 외교안보팀도 윤곽이 잡혔습니다.
대테러전 뒤처리를 맡을 국방장관직에는 로버트 게이츠 현 장관의 유임이 확정적이라고 합니다. 오바마의 외교안보 자문을 맡았던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흑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유엔 주재 미국 대사에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바마는 다음주 쯤 외교안보팀 인선을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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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방송은 24일 정권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게이츠 장관의 유임은 이미 얘기가 끝났다(done deal)”고 보도했습니다. CNN방송, 폴리티코 등도 오바마 측근들을 인용해 게이츠 장관의 유임이 확정됐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민간인이 맡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군사정권에 익숙한 나라 사람들에겐 참 꿈같은 얘기로 들리겠지만, '군'에 대한 '민'의 우위가 미국에서는 확실하다는군요. 군 출신 인사를 등용할 경우엔 전역한 지 10년이 지나야 한답니다.
게이츠는 군 경력은 없으며, 중앙정보국(CIA)에서 26년 잔뼈가 굵은 정보통입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80년 이란 미대사관 인질사건, 91년 걸프전 등에서 미국의 막후 협상에 참여했었습니다. 87년 CIA국장에 지명됐다가 이란-콘트라 스캔들 터지면서 지명이 철회됐다고 하고요.
빌 클린턴 정권이 들어선 뒤인 93년 퇴임한 뒤로 텍사스A&M대 학장을 지냈습니다. 텍사스...는 부시 일가의 본거지이지요. 2005년 조지 W 부시대통령이 다시 CIA 국장으로 지명하려 했으나 막판에 무산됐고, 2006년 12월 논란 많았던 도널드 럼즈펠드의 후임으로 국방장관에 발탁됐습니다. 

당시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게이츠는 “맡고 싶지 않은 직책이지만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받아들인다”면서 내키지 않음을 분명히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부시 인맥’ 중 유일하게 차기 행정부에서도 살아남을 사람이 됐네요.

2년 전 국방장관직 수락을 꺼려했던 이유와 이번에 유임되는 이유는 모두 ‘이라크전’입니다. 게이츠는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 때부터 인정받던 정보 관료이고 부시 일가와는 막역한 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현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과 달리 이라크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습니다(사실 아버지 부시 시절의 인물들, 공화당 정통보수파들도 대개는 이라크전에 반대했었지요). 이라크 점령 뒤에는 대량살상무기(WMD) 실태를 조사하는 ‘이라크연구그룹(ISG)’ 멤버로 활동, 부시 행정부의 주장과 달리 이라크에 WMD가 없었다는 것을 드러내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장관직을 맡은 뒤에도 이라크 정부로의 치안권 이양 등 조용히 뒷수습에 치중했고 아프간전에 대해서도 완전한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했지요. 이런 점들 때문에 민주·공화 양당으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오바마 측은 1968년 베트남전 이래 40년만에 이뤄지는 ‘전시 정권교체’라는 점, 그리고 경제위기 수습이 급하다는 점 때문에 국방부 주요 라인은 그대로 두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작부터 게이츠에 유임 의사를 물었으나 게이츠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가 최근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NN방송은 “게이츠의 임기가 최소 1년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바마가 공약한 이라크 조기철군 절차를 마무리짓고 물러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든 잉글랜드 국방부 부장관, 존 영 국방부 조달담당 차관도 유임이 유력하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습니다. 두 사람은 막대한 예산 소요되는 공군 F22랩터 구매계획에 반대하는 등, 부시 행정부 인사들 중 드물게 군수산업체와의 결탁에 반대해온 인물들이라네요.
오바마의 국방 자문역을 맡아온 리처드 댄지그 전 해군장관은 국방부 차관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댄지그는 예일대 법대를 나온 변호사 출신으로, 오바마 내후년쯤 게이츠의 후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무부 장관은 힐러리 클린턴이 내정된 상태이며,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국무차관으로 힐러리를 보좌할 전망입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를 이끄는 국가안보보좌관에는 제임스 존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 사령관이 일찌감치 내정됐습니다. 클린턴 시절 국무부 차관보를 했던 톰 도닐런이 존스에 이어 NSC 2인자인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발탁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국가안보보좌관 물망에도 올랐던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유엔 대사로 내정됐습니다. 퇴역 해군장성으로서 미군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데니스 블레어는 국가정보국장(DNI)에 유력시된다고 합니다. 이 밖에 의회 9·11 조사 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티머시 로머 전 인디애나주 하원의원, 제인 하먼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돈 커 국가정보국 부국장, 제이미 미식 전 CIA 분석가 등이 중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CIA 국장으로는 정권인수위 정보분야 팀장인 존 브레넌이 거론됐었으나, 브레넌이 “당선자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스스로 후보군에서 빠지겠다고 밝혔습니다. 브레넌은 CIA에서 2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어 오바마의 정보기구 개혁조치를 책임지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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