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오바마 내각 ‘여성·클린턴 인맥’ 뜬다

딸기21 2008. 11. 20. 17:39
728x90
미국 차기 행정부의 내각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야심찬 의료개혁을 이끌 보건 장관에는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이,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재닛 나폴리타노(아래 사진) 애리조나 주지사가, 상무부 장관에는 여성 기업가 페니 프리츠커가 내정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지금까지 드러난 오바마 각료진에서는 여성 각료들의 발탁과 ‘클린턴 인맥’의 중용 등이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새 얼굴보다는 경험을 중시한 인선이라는 평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성 각료들 전격 발탁


CNN방송은 국방장관과 함께 대테러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국토안보부 장관에 나폴리타노 주지사가 임명됐으며 상무부 장관에 시카고 출신으로 오바마 캠프 선거자금 모금을 맡았던 프리츠커가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지낸 대슐은 예상대로 보건 장관에 내정됐다.


나폴리타노는 공화당 색채가 강한 애리조나에서 2002년 주지사 당선됐고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존 매케인 전 공화당 대선후보의 고향인 애리조나에서 민주당 표를 많이 이끌어내 주목받았다. 시사주간 타임이 뽑은 ‘미국 최고의 주지사 5인’에 선정됐었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함께 여성단체들로부터 ‘워싱턴을 이끌 2008년 8명의 여성정치인’으로도 꼽힌 바 있다. 2004년 대선 때에는 존 케리의 러닝메이트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국토안보부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 이후 신설한 부처다. 당초 마이클 처토프 현 장관의 유임설이 돌았으나 도·감청 논란과 테러용의자 고문수사 파문 같은 과거의 오점을 털어내기 위해 대테러 관련부서 수장들을 경질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중앙정보국(CIA) 국장에는 정보분야 정권인수 작업을 맡고 있는 전 CIA 간부 존 브레넌 내정설이 나오고 있다.


상무장관 내정자 프리츠커는 하얏트 호텔 체인 창업주인 프리츠커 가문 일원으로, 자선활동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재산 28억 달러를 가진 그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자’ 순위에서 135위에 랭크돼 있다.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를 취득했으며 하얏트 체인 장기임대시설 사업을 맡아왔다.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은 미리 점쳐졌던 대로 유임이 확실시된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국방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필요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인수위원회가 유임을 확정지은 것 같다고 19일 보도했다. 하지만 게이츠 국방 체제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뒤처리 수순이 정해지는대로 오바마 캠프의 국방 자문위원이었던 리처드 댄지그 전 해군장관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도시개발장관에는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이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에너지장관 기용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18일 슈워제네거가 주관한 로스앤젤레스 세계 기후정상회의 개막식에 오바마가 영상메시지를 보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대 관심사인 재무장관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 연방준비은행장,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 계속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변화’ 아닌 ‘경험’ 우선


새 정부 진용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기대와 비판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은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는 대신 클린턴 시절의 인물들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법무부 부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가 법무장관 내정된 것으로 전해지자 미국 언론들은 19일 “오바마 내각에서 클린턴 색채가 더 짙어지게 됐다”고 보도.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의 슬로건은 ‘변화’였는데, 그가 내세운 얼굴들을 보면 ‘경험’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AFP통신 등도 “올드보이(old boy)들이 대거 다시 등장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모나 서트펜·짐 메시너 부비서실장 내정자, 그레그 크레이그 법률고문 내정자, 론 클레인 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 존 포데스타 정권인수위원장 등은 클린턴 정권에서 활약했던 사람들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거론되는 대니얼 터룰로 조지타운대 교수, 유엔 대사 물망에 오르는 수전 라이스 전 국무부 아프리카담당 차관보도 클린턴 정부에서 발탁됐던 인물들이다.


클린턴 인맥의 하일라이트는 힐러리 클린턴이 될 전망이다. AP통신 등은 ‘힐러리 국무장관’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힐러리가 오바마측으로부터 국무장관을 맡아달라는 직접 제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힐러리가 상원을 떠나 국무부로 자리를 옮기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면서 “힐러리 기용은 오바마의 최대 도박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바마 측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힐러리를 기용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소식통들에 따라 ‘온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민주당의 대부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힐러리에게 상원 의료보험 개혁 책임자 자리를 제안했다면서 국무장관 기용 여부에 계속 의문을 제기했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오바마의 ‘경제팀’을 놓고서도 벌써부터 말이 많다.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런스 서머스·제임스 루빈 두 전 재무장관은 클린턴 인맥의 핵심일 뿐 아니라, ‘월가 프렌들리’한 인물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위기가 금융시장을 개혁한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밀어붙이고 있으나 오바마는 오히려 월가를 끌어안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개혁 속도가 생각보다 느려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