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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 '대테러전 뒤처리' 벌써부터 삐그덕 조짐

딸기21 2008. 11. 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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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전쟁을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에 내세웠던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물러나게 되면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뒤처리’가 이슈로 부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이라크에서 이른시일 내 철군하고 아프간 전쟁에 집중, 오사마 빈라덴을 잡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철군 일정을 놓고 취임도 하기 전부터 오바마 측과 국방부가 삐걱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가 ‘주 전선’으로 지목한 아프간에서는 현지 정부가 탈레반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대테러전 처리는 오바마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7일 국방부가 오바마의 ‘취임 뒤 16개월 내 이라크 철군’ 계획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뮬런 합참의장은 “전황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며 “미군을 이라크에서 안전하게 모두 빼내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리들과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부는 이미 오바마 당선 전부터 “철수 일정을 무리하게 잡으면 안 된다”며 경고음을 내왔다.


뮬런 합참의장의 발언은 오바마 측의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오바마는 지난 16일 CBS방송 회견에서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다시 세우기 위한’ 조치의 하나로 이라크 철군을 거론했다. 그는 “취임하는대로 군과 협의해 철군 세부계획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권인수위원회의 브루크 앤더슨 대변인도 17일 “공약대로 철군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Firemen hose down burnt vehicles after a bomb attack in Tal Afar, 420 km (260 miles) northwest of Baghdad, November 15, 2008. /REUTERS



현재 15만명 가량의 미군이 이라크에 가 있는데, 합참도 파병 규모가 너무 크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군은 “철군 계획은 어디까지나 이라크 치안 상황에 달렸다”는 입장이다. 수니파 저항세력의 공격과 시아파-수니파 무장세력 간 싸움은 지난해부터 크게 줄었다. 미군 전사자수는 지난해 4~6월 석달 동안 평균 111명에 이르러 최악으로 치달았다가 올들어서는 지난달 14명, 이달 11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정권교체기를 맞아 요사이 다시 저항세력의 테러공격 빈발하고 있다. 이달 들어 바그다드 등지에서 잇달아 자살폭탄테러 발생, 민간인 희생자가 늘었다.


미군은 이라크 정부와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16일 “2011년까지 미군 주둔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협정을 마무리했다. 이 협정은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들의 암묵적 지지 속에 다음주 의회 표결에 부쳐진다. 오바마측은 이 협정보다 더 빨리 군대를 뺀다는 계획이지만, 미국 안보전문가들 중에는 “이라크가 이란의 영향력 하에 들어갈 수 있다”며 경계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아프간 상황은 더 복잡하다. 오바마 측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시켜 아프간에 일부 재배치하고, 각국에 파병을 요구해 아프간을 주요 전선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과 미군 상층부, 아프간에 주둔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장성들은 “아프간에서의 완전한 승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여러차례 털어놨다. 유럽은 파병 규모를 늘릴 계획이 없고 중국도 18일 “아프간에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지난 16일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 등 탈레반 지도자들의 신변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면서 평화협상을 제안했다. 아프간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재를 거쳐 탈레반과 계속 접촉하며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AFP통신은 미군이 아프간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작 아프간 남부, 동부, 동북부를 장악한 탈레반은 카불 정부와의 협상을 일축하고 있다. 아프간전의 열쇠는 탈레반이 쥐고 있는 꼴이다.


오바마는 당선 뒤 “빈라덴을 잡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정부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택은 탈레반과 알카에다를 분리,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권력 분점 협상을 묵인하되 파키스탄 접경지대 알카에다 무장세력은 강력 소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파키스탄을 설득해 빈라덴을 잡게 하는 수밖에 없는데, 경제위기로 더욱 취약해진 파키스탄 정부에 그럴 능력이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타리크 알리는 미들이스트 온라인 기고문에서 “부시 행정부가 주장한 ‘항구적인 자유’(아프간전 작전명)는 ‘항구적인 재앙(Operation Enduring Disaster)’가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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