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파키스탄, 인도에 '화해 제안'

딸기21 2008. 11. 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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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의 핵 강국인 파키스탄이 오랜 앙숙인 인도에 ‘핵 데탕트’와 시장 통합을 제안했다. 대테러전 후폭풍과 경제위기로 타격을 입은 파키스탄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인도를 향해 “핵무기 선제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해와 협력을 촉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인도 측은 파키스탄의 전격적인 제안에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르다리는 “파키스탄은 인도를 핵무기로 먼저 공격하는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도에 화해를 제안했다. 그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한 화상회의에 보낸 비디오 연설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남아시아 핵비확산조약’과 같은 협정을 체결, 상호 핵공격 금지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르다리는 또 두 나라 간 무역장벽을 없애고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자르다리는 화상회의 뒤 FT와의 인터뷰에서 “인도가 시장을 열어주면 우리가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한 이래로 숙적 관계다. 무슬림 거주지역인 카슈미르 영유권을 놓고 2차례 전쟁을 치렀고, 1990년대 말~2000년대 초까지 유혈 분쟁을 계속했다. 두 나라는 이스라엘과 함께 핵비확산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수차례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며 남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곤 했다. 2000년대 들어 조금씩 해빙 분위기가 돌긴 했지만 이번 제안은 너무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자르다리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의 남편으로 지난 9월 의회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자르다리는 국내 세력기반이 취약하다. 여기에 금융위기까지 터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이 됐다. 인도가 미국과 핵 협력 협정을 맺은 반면, 파키스탄은 이슬람세력 통제에 실패해 미국과도 껄끄러운 관계다. 자르다리가 인도에 구애를 한 것은 경제적 지원을 얻고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FT는 이번 제안을 “자르다리의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이 제안대로 양국간 긴장이 해소되고 자유무역지대가 창설되면 남아시아에는 13억 인구의 거대시장이 열린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자르다리 제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자르다리는 아직 군부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고, 정권이 언제까지 갈지도 알 수 없는 형편이다. 파키스탄 군부가 자르다리의 핵 통제 제안을 받쳐줄지는 미지수다. 파키스탄의 한 전직 외교관은 “자르다리가 구체적으로 인도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려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자르다리의 제안을 환영한다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도 측은 핵비확산 협정과 자유무역지대 창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카슈미르 분쟁지역 내 상업적 왕래를 늘리는 것 같은 작은 일부터 시작하자는 입장을 밝혔다고 FT는 전했다.


■ 인도-파키스탄 관계 연표

1940년 인도 무슬림연맹, 이슬람국가 건설 천명
1947년 파키스탄 독립
1948년 인도-파키스탄 카슈미르 영유권 놓고 전쟁(1차 카슈미르 전쟁)
1949년 양측 카라치협정 체결, 카슈미르 분할점령 합의
1965년 쿠츠지역 국경충돌, 2차 카슈미르 전쟁
1971년 동파키스탄, 방글라데시로 분리독립
1988년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에서 이슬람조직 JKLF 분리독립 투쟁 시작
1993년 인도, 이슬람 무장집단 소탕작전으로 무슬림 주민들 살해
1996년 카슈미르 국경분쟁 재개
1998년 양국 각기 지하 핵실험 성공
1999년 인도군의 카르길지역 공습(카르길 분쟁)
2000년 미국 중재로 카슈미르 평화협상 시작
2001년 인-파 정상회담
2002년 양국 긴장 완화 합의, 인도군 전방 배치병력 일부 철수
2005년 카슈미르 양국 점령지역간 교통 재개
2007년 양국 핵위험 통제 협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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