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간 동유럽의 미사일 체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러시아 측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확산을 비난하며 첨단 대항 미사일 배치를 선언하자 미국 쪽에서 “허장성세”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4일 미국 대선이 끝나자 평소 미국과 적대적이었던 쿠바·이란·시리아 등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에게 앞다퉈 축하를 보냈다. 하지만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축하인사와 함께 미국의 MD 체제에 대항하기 위해 최첨단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발표해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국가두마(하원) 연설에서 “칼리닌그라드에 단거리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명까지 밝혔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와 떨어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해외 영토. 당초 러시아는 이 곳에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코젤스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스템을 배치할 계획이었다.
이후 크렘린이 계획을 바꾼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아 러시아의 의도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그런데 9일 “러시아의 낙후한 무기체계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자 허장성세”라는 분석이 나왔다. 무기로서 실효성이 없는 ICBM 대신 동유럽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폴란드·체코 MD체제 배치에 맞불을 놓아 미국쪽 새 파트너에게 러시아의 힘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날 “러시아는 오바마를 향해 ‘우리의 존재를 의식하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 이면에는 허울뿐인 군사대국 러시아의 현실이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코젤스크 시스템은 1979년 개발된 미사일 46개로 구성돼 있는데, 제작 당시 설계보다 3배나 오래 써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낡은 상태다. 따라서 러시아가 미사일 배치 계획을 바꾼 것은 “장거리 미사일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사거리 280㎞로 폴란드를 넘어 체코까지 겨냥할 수 있다. 480㎏의 폭탄을 실을 수 있는데, 군사 전문가들은 집속탄이나 열고압폭탄까지 탄두에 장착할 수 있는 다용도 신형 미사일로 평가한다. 적국 레이더 추적을 잘 피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타임은 “러시아는 내년까지 이스칸데르를 양산할 계획이지만 금융위기로 이마저 불확실해졌다”고 전했다. 도날드 터스크 폴란드 총리도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발표는 군사적 목적과는 상관없는 정치적 발언으로 본다”며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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