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IAEA가 이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52차 연례총회 마지막날 회의에서 찬성 82대 반대 0, 기권 13표로 중동 비핵지대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중동지역 IAEA 세이프가드 적용을 위한 결의안’이라는 공식 명칭의 이 안은 이집트가 발의한 것으로, 중동 역내 모든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하지도, 실험하지도, 보유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AEA 비핵화 기준에 맞춰 외부에서 개발된 핵무기의 반입도 포기하도록 촉구했다. 이 결의안은 구속력은 없다.
지난해 총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이 채택됐었는데, 당시에는 기권표가 47표였다. 기권표가 크게 줄어든 것은, 중동 비핵지대화 방안이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에는 또 이스라엘의 핵 능력이 역내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결의안도 찬성 46 대 반대 43표로 통과됐다.
정작 이란·시리아 핵 의혹을 제기하며 전쟁불사론까지 내세웠던 미국은 기권했다. 이스라엘, 시리아도 기권했다. 반면 미국의 눈총을 받아온 이란은 비핵지대화에 찬성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국가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일부 서방국가들은 회의 중 이스라엘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문항 수정’을 요구해 아랍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몇몇 아랍국들과 이란은 우리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비핵지대화 구상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스라엘은 이런 논리가 통하지 않자 “북한이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권 6개 나라를 핵무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북한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이스라엘 대표 다비드 다니엘리는 “역내 몇몇 국가들이 암시장에서 북한으로부터 핵물질과 기술을 들여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이 언급한 ‘6개 국가’와 관련해 “1980년대 이후 북한과 군사 교류를 했던 이집트, 예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그리고 2003년 핵물질 커넥션을 고백한 리비아, 현재 북한과 교류 중인 이란과 시리아”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북한 책임론’은 아랍권의 냉소적인 반응만 불러일으켰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국가들과 이란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이 핵 개발·보유를 포기해야 군비경쟁이 끝날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비핵지대화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특히 1980년부터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을 상대로 IAEA 사찰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미 1980년대 후반 핵탄두 보유 사실을 폭로당했던 이스라엘은 IAEA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또 핵비확산조약(NPT)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란, 이라크, 북한에 IAEA 사찰을 강요하고 제재와 전쟁까지 감행한 미국은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사실은 문제삼지 않아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핵 개발시설’로 의심되는 시리아 내 군사시설을 마음대로 폭격했으며, 정보기관들을 통해 ‘북한-시리아 커넥션’을 흘렸다. 이스라엘은 지난 8월에도 “이란이 핵 개발을 계속하면 자체적으로 폭격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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