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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여성 경찰간부가 탈레반에 살해됐다. 여성들을 집 안에 가두고 억압했던 탈레반의 통치가 끝난 지 7년이 되었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에 희생되는 아프간 여성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BBC방송은 아프간 경찰 내에서 여성으로는 최고위직에 임명됐던 남부 칸다하르주 반여성범죄국 말랄라이 카카르(사진) 국장이 탈레반에 피살됐다고 29일 보도했다. 주정부는 카카르가 전날 칸다하르 시내에 있는 집 앞에서 머리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함께 있었던 그의 아들도 다쳤다고 밝혔다.
탈레반 대변인 유수프 아마디는 AFP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리가 카카를 살해했다”며 “우리는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말했다.
카카르는 탈레반의 정치적 기반인 칸다하르에서 1982년부터 경찰 생활을 해온 인물로, 아프간에서 여성 인권의 상징이 돼왔다.
탈레반 집권 이전, 자히르 샤 국왕 통치하에서나 이후 소련 점령통치 하에서나 아프간 여성들은 주변 이슬람국가들과 비교해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했었다. 공직과 교직에는 특히 많은 여성들이 진출해 있었다. 그러나 96년 탈레반이 전국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탈레반은 “여성들은 글을 배워서는 안 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며 여학교들을 모두 폐쇄하고 여성들을 직장에서 쫓아냈다. 심지어 여성이 혼자서, 혹은 여성들끼리 집 밖에 나가는 것도 금지시켰다.
카카르도 탈레반 집권 뒤 경찰직을 그만뒀다가 새 정권이 출범하면서 다시 경찰로 돌아왔다. 그는 아프간 경찰 내 몇 안되는 여성 간부들 중 하나였다.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뒤 출범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현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잔재인 악명 높은 여성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애써왔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군·경찰 양성소를 만든 뒤 일부러 여성들을 집어넣었다. 2005년 치러진 총선에서는 울레시지르가(하원) 의원의 25%가 여성에게 할당됐다.
그러나 2006년 봄 ‘대공세’ 이래 탈레반 세력이 다시 강해지면서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여성의원 말라라이 조야는 “보수세력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고 밝힌 바 있다.
여학교 방화·교사 살해를 비롯한 여성 상대 범죄도 빈발하고 있다. 카불에서는 이달초 12세 소녀를 집단성폭행한 남성 7명이 기소돼 지탄을 받았다. 그러나 성폭행범을 체포한 경찰이 오히려 살해되는 일도 다반사다. 아프간 최대 여성단체 라와(RAWA)는 “카르자이 정부조차도 최근 들어서는 성폭행범을 사면하는 등 보수세력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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