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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세미나가 있어 프레스센터로 가는 길에 청계광장을 지나게 됐다. 광화문 네거리 지하도를 걸어올라올 때부터 어디선가 노래 소리가 들렸다. 청계광장에서 나는 것 같긴 한데, '시위대 음악'은 아닌, 클래식한 노래였다. 워낙 음악에 문외한이니 '우와, 정말 잘 한다 대체 누굴까' 몇 초 동안 궁금해하다가, 그 다음엔 순간 '아무래도 운동가요가 아닌 걸로 보아 혹시 교회 집회?' 갸웃거렸다.
광장으로 가까이 가니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일만 행동 촛불문화제'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오호라... 아니 요즘엔 운동가요가 저렇게 고상하고 예술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단 말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노래를 부른 사람은 서울시립 예술단체의 <비정규직 단원>이라고 한다. 사회자의 멘트를 들으니 콧날이 시큰해졌다. 예술은 고상하고 시위는 하급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비정규직><노동자>로서 광장에 선 성악가의 목소리라니. 음악당도 아니고 오케스트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음향에는 잡음이 잔뜩, 차 소리에 소음에... 그래도 노래는 참 깊고 웅장하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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