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자히르

딸기21 2008. 9. 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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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꼼꼼이 데리러 학교에 갔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독서토론 준비(헐~ 초딩 1학년이 웬 독서토론~)를 시키신다고 해서 도서실에 앉아 기다렸다. 시골분교처럼 조그만 학교이지만, 나름 도서실은 잘 되어있다.
책 구경하다가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를 발견했다. 



코엘료 좋다, 싫다, 한심하다, 뭥미 하는 사람들 많지만 나는 <연금술사>를 엄청 재밌게 읽었다. 가슴 두근거리며... 
난 책 읽던 중간에 어디론가 날아가서 사막을 달리게 되었다. 그 때의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보물은 무엇일까, 그러다가 <모든 돌이 보석이었다>는 진부한 결론으로 가게되었지만.



자히르에 대한 설명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보르헤스의 <알렙>이 생각났다. 
나는 10여년 전 보르헤스를 접하고 나서 좀 헤맸다. 마음이 붕 떠서 몽환의 도서관들을 떠다녔었다. 다른 것도 다 그랬지만, 별로 재미도 없었던 알렙은 내 머리 속에 콕 들어와 박혔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에 박혔듯이... 그래서 알렙은 지금도 내 세포 하나하나에 박혀 있다. 



정신차리고 코엘료의 설명을 꼼꼼히 들여다 보니, 자히르 얘기는 바로 보르헤스에게서 나온 것이란다. 
이러니... 보르헤스의 무언가를 끌어온 글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보르헤스의 냄새(아니 먼지!)가 난다니깐. 이 먼지는 어디에서 맡든 구분을 할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보르헤스의 먼지>이니까.

아직 자히르는 3분의1밖에 읽지 못했다. 빌려올까 하다가 그만뒀다. 도서실 들를 때마다 틈틈이 읽으려고. 이렇게 <나의 도서관>에서 <틈틈이 읽기>를 기다리는 책들도 한 두 권이 아니지만, 그것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어떤 오래된 작가, 낯익으면서 낯설고 낯설면서 낯익은 작가들의 책먼지가 코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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