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통신은 8일 익명의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미군 감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14만6000명에 이르는 이라크 주둔군 상당수를 빼내 아프간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때를 같이해 이라크전을 지휘해온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군 중부사령관도 16일 물러나고 레이먼드 오디어노 장군이 신임 중부사령관으로 임명될 예정입니다.
이같은 미군 재배치’ 뒤에는 ‘무기장사’가 있습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이래로 미국의 최대 이익은 석유산업이 아닌 무기산업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31일 미 의회는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총 109억달러(약 12조원) 어치의 무기를 이라크에 팔 수 있도록 승인해줬습니다. 미국법상 5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무기를 외국에 팔려면 30일 이전에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군요.
미국 군수산업체들의 해외판매계획을 총괄하는 국방부 안보협력국(DSCA)은 의회 승인에 따라 이달부터 이라크 측과 6건의 무기 판매 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개량형 M1A1 에이브람스 탱크 140대와 험비, 트럭(21억6000만달러)
▲벨 407 무장헬기·보잉 AH-6 리틀버드 등 헬리콥터 24대와 엔진, AGM-114M 헬파이어 미사일과 박격포, 자동소총, 로켓발사대 패키지(24억 달러)
▲경갑차량 392대와 M72 대전차 무기 패키지(30억달러)
▲M1117 가디언 무장순찰차량 160대(2억600만달러)
▲C130J-30 허큘레스 수송기 6대, 롤스로이스 Plc 엔진 24기(15억달러)
▲이라크군 훈련시설 등 인프라 구축(16억달러) 등입니다.
DSCA는 “이라크가 외부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킬수 있어야지만 (미국에) 우호적이고 민주적인 정부가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간·이라크전에 맞춰 생산라인을 대폭 늘렸던 군수산업체들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번에 승인받은 6건의 무기판매계획에는 보잉, 록히드마틴, 레이시온, 제너럴 다이내믹스, 텍스트론, BAE 시스템즈, 하니웰 인터내셔널 등 미국의 주요 군수산업체들이 다 끼어있더군요.
이라크는 1980년대 이란과 전쟁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미국 군수산업체들의 주요 ‘고객’이었으나, 걸프전 이후로 고객 명단에서 탈퇴했지요. 후세인이 쫓겨나고 미국 눈치를 봐야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미국 무기 ‘단골’이 됐습니다.
미국 무기판매를 감시해온 비정부기구 무기통제센터(www.armscontrolcenter.org)는 이번에 승인받은 것을 포함해 올들어 미국이 이라크에 팔기로 한 무기가 총 127억 달러 어치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1999~2006년 미국의 해외 무기판매 총액이 연평균 154억 달러였는데, 이에 버금가는 규모를 올들어 이라크 한 나라에 팔아치운 것입니다.
(참고로 미국은 이 기간 중동 전체 무기구매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했습니다. 중동에서 미국의 무기판매량은 러시아의 5배, 중국의 18배에 이릅니다.) 중동의 친미국가인 이집트가 연 평균 12억 달러, 이스라엘이 11억 달러 어치의 미국산 무기를 사들인 것과 비교해도 이라크를 상대로 한 무기판매량은 엄청나네요.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부 산하 재건특별감리단(SIGIR)의 지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무기판매와 별도로 2005년부터 이라크와 179억 달러 규모의 ‘군 관련 설비·용역’ 공급계약까지 맺었습니다.
지난 4월 이라크 관리들은 미국이 정작 계약만 해놓고 무기를 제 때 공급해주지 않는다며 세르비아를 통해 러시아산 무기를 사들이기 위한 비밀 협상을 진행했었지요. 그러나 이 사실을 알게 된 미국의 거센 비난을 받고 계약을 포기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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