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언니네 올린 글)
광우병 얘기가 여러번 나왔길래, 조심스레 글 올려봅니다.
이메가는 미친 거 맞고, 저 정부는 투기꾼 미친 정부 맞습니다.
그런데 광우병 문제는,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내용들이 실제로 좀 '괴담' 수준인 측면이 많고, 심하게 과장돼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한도 안에서 얘기해 본다면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책이나 자료를 좀 많이 봤거든요)
프리온(변형 단백질)으로 인해 병이 전달된다는 점에서 광우병은 아직 미지의 질병이고, 또 프리온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성되는지, 프리온이 만들어지는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이른바 '육골분 사료'는 그 이유들 중 하나일 뿐이겠지요) 다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광우병은
1. 아직 전염 기제(메카니즘)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
2. 그리고 증상을 보이다 죽어 나자빠져서 뇌를 해보기 전엔 광우병(인간 광우병도 마찬가지)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조차 없다는 점
3. 미리 조사를 할수가 없기 때문에, 한번 걸리면 현재로선 치사율 100% 라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한 질병인 것만은 틀림없지요.
현재 수준에서 제가 접한 외국 자료 중에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부검을 하지 않으면 광우병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숱한 알츠하이머 환자들 중 상당수가 사실은 인간광우병(변형크로이츠펠트야콥병) 환자였을 수도 있다 라는 거였구요.
요즘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것처럼, 생리대나 의약품용 캡슐(젤라틴)이나 화장품 따위를 통해서까지 광우병이 옮겨졌다, 라는 사례는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사실 그것은 과장을 넘어서서 공상과학소설 수준의 내용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주요 광우병 발병 사례는 대부분 유럽에서였고, 미국에서는 잘 알려진 대로 지금까지 3건인가 그럴 겁니다. 미국에선 인간광우병 추정 사례는 1건이었다고 하더군요(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추정'이기 때문에 다른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일본에선 수차례 광우병 감염소가 발견됐고(지금까지 12번이었나 그랬죠, 정확한 숫자는 생각 안 납니다만) 그 때문에 벌써 몇년 전에도 쇠고기 소비 줄어들고 유명 식당체인에서 쇠고기덮밥을 메뉴에서 지우고 하는 소동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미국 소가 문제가 아니라, 오염된 벨기에산 쇠고기 등 유럽산 고기를 들여오고 있었다더군요.
미국에서 광우병 감염 확인된 소도 최소한 2마리는 캐나다에서 출생, 들여온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미국 소랑 캐나다소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예요. 캐나다 소가 미국으로 갔다가 또 한국으로 올 수 있는 거니까... 이 부분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협상을 잘못 하는 바람에, 캐나다소도 얼마든지 미국 소로 둔갑해 들어올수 있다더군요.
암튼 미국 소 입장에선, 광우병 문제 관련해서라면 억울하다 싶은 점도 없지는 않을 겁니다.
문제는, 제가 보기엔, 정부의 태도예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합리성 투명성은 찾아볼 수 없는 태도, 완전 국민 무시에, 위기 관리 능력도 제로... 서울 복판까지 퍼져온 조류독감도 못 잡으면서 광우병을 어케 잡는다는 건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좀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듯한 생각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말 나온 김에 얘기하자면
결국은 '소' 자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남의 나라 소 울나라 소 따질 것 없이... (한우 키우는 분들께 매맞을라나;;)
소는 에너지 집약적인 동물이어서, 지금처럼 지구상 곳곳에서(그래봤자 잘먹고 잘사는 지역들 얘기겠지만) 대량생산을 해서 마구마구 먹어댈 동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1. 지구상의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써야한다는 개념에서 봤을 때, 에너지 효율성이 정말 떨어지는 동물이고요
2. 그런 동물을 대량생산하다보니 지구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합니다. 소들이 트림하면서 내뿜는 메탄의 양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할 정도라는데, 이게 농담 아니고 과학자들이 그렇게들 얘기를 한다는 거예요.
3. 소는 한 마디로 '지속가능한 먹거리'가 아닌데... 이걸 (주로 미국인들이) 주구장창 먹어대기 위해 대량생산을 하려니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광우병 측면에선 미국이 억울한 면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대량생산과 먹거리 오염 전체로 놓고 보면 미국의 책임이 막대하지요)
그러다보니 동티가 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소를 공장식으로,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몸통 지방 키워가며 대량생산하려니 인 같은 영양분이 모자라는 일이 생기고, 그걸 보충하기 위해 소한테 소 뼛가루를 먹여야 했고, 그러다가 이 사단이 난 거니까요.
앞으론 돼지고기나 양고기, 오리고기 먹어야할텐데 그마저도 대량생산 체제로 해버리면 똑같은 일이 또 생기겠지요.
조류독감도 결국 대량생산-유통 체제가 한몫을 한 거니깐..
유전자변형(GM) 문제도 잠깐 생각해보자면
GM이 '총비용'에서 봐서 좋을지 나쁠지 잘은 모르겠어요. 사실 그건 누구도 모르는 거니까
특정 종(種)이 갖고 있는 유전자라는 것은, 유전자 풀 안에서 유구한 세월 동안 진화의 병목들을 지나면서 생존가능성이 검증된, 그러니까 살만 하다 싶어 살아남은 유전자들이고, 주위 환경(생명체의 다른 존재조건들, 이웃한 유전자 친구들 등등)과의 적응을 거친 것들이겠죠. 이 종류의 생물은 이런 유전자가 발현되면 살아남는데에 이렇게 도움이 되더라, 하는 것들이 지금까지 잘도 살아남아 내려왔을 거란 얘깁니다.
그런데 갑자기 딴 걸로 바꿔놓으면, 아마도 대부분은 그냥그렇게 잘 살아갈 것이고, 어떤 놈들은 환경하고 충돌해 고장을 일으키겠지요. 그 과정에서 인간의 건강 or 주변 환경에 (옛날에 미국 기업 몬샌토가 제조했다가 욕 바가지로 먹고 폐기했던, 주변 곡물들까지 몽땅 불임을 만들어보이는 '터미네이터 유전자'처럼) 해를 미치는 것들도 있을 거고요. 지금 대두 옥수수 면화 같은 것들 GM 나오기 시작한지 길게 잡으면 어떤 거는 15년 넘게 됐고 어떤 거는 몇년 됐고 그런데, 이걸로 '안전성이 검증됐다' 말하기엔 좀 부족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GM이 뭐 그리 크게 문제가 되겠느냐, 원래 식물이란 것은 접붙이기도 많이 하고 클론도 많이 하는데... 하는 쪽입니다. 막연한 낙관론이라 해도 할 수 없어요... 제가 보기엔 대부분 비관론도 '막연'한 측면이 많으니까요.
먹거리 안전은, 사회적 총비용이란 측면에선 사실 '개인의 건강'과는 좀 다른 결론들이 나올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면 방부제는 몸에 나쁘지요. 하지만 부패한 식품이 유통돼 대량 식중독 걸리고 전염병 도는 것보단 낫다, 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렇게 보면 방부제는 몸에 나쁘지만 '사회적 비용'이란 측면에선 필요한 것일 수도 있고요.
그럼 GM은 사회적으로 필요하냐.
절대 먹어선 안될 독성물질이라곤 생각 안 합니다만, GM이 필요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지금 지구촌에 음식이 모자라나요? 가난한 나라들에서만 모자라지요. 우리도 음식 많이 버리잖아요.
분배의 문제가 더 큰 거니깐... 그리고 GM 한다고 식량 증산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GM은 소비자들을 위한 것(과학자들이 얘기하는 장밋빛 시나리오처럼 몸에 좋은 완전식품들이 마구마구 생산되는)들이 아니고, 몬샌토 같은 회사에서 자기네 제초제랑 짝지어서 키울 '특정 제초제 내성' GM 종자들을 만들어서 파는 거니깐 특별히 좋을 것은 없어 보이고...
여기서도 저는, 문제는 '투명성'이라고 봅니다.
GM 작물에서 나온 물질들, 1차 가공이 됐건 2차 가공이 됐건 간에 몽땅 함량 표시하고 원산지 표기하고 유통경로 추적할 수 있게 하고, 이렇게 강제로라도 라벨링(표시)을 해서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거지요.
나는 유기농 쌀 먹지 GM 쌀은 안 먹는다, 그치만 영화관에서 먹는 팝콘 정도는(영화관 팝콘은 100% GM일 거라고 거의 확신합니다만) 걍 GM 먹어주겠다... 저같으면 이럴 것이고, 어떤 분들은 '난 GM 상관없다' 어떤 분들은 '난 GM 절대 안 먹어' 이럴 수도 있겠지요.
그니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거 안 하거나, 아니면 (지금 울나라 하는 것처럼) 법의 구멍을 숭숭 뚫어놓고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어딨어" 이렇게 나오니 열받는다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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