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3년 경제제재가 시작된 이래 쿠바의 아바나항에 처음으로 미국 깃발을 단 배가 입항했다. 성조기를 단 배가 공식 입항한 것은 40년만에 처음이다. 미국과 쿠바 간 굳게 닫혀있던 무역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쿠바 언론들은 미국 해운회사 메이뱅크에 소속된 화물선 헬렌3호가 아바나항에 입항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 배에는 미국인 승무원들이 탑승했으며, 쿠바의 알림포트라는 회사가 미국에서 수입한 목재와 종이류 등 1600톤, 미화 150만달러 상당의 화물이 실려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선주인 메이뱅크는 헬렌3호가 플로리다에서 출항하기 전 미 항만당국의 공식 출항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미 항만당국이 미국 배의 쿠바 출항을 허가한 것은 금수조치 이후 처음인데, 쿠바의 미국상품 수입이 최근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양측간 무역을 양성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양국간에 비공식 무역이 있기는 했으나 멕시코, 파나마, 라이베리아 등을 거쳐 화물선의 국적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왔다.
지난 63년 미국의 쿠바 제재가 시작된 뒤로 양국의 무역관계는 공식 중단됐다. 90년대 들어 쿠바는 외국 기업의 쿠바 내 활동과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허용하는 등 경제개혁을 시작했으나 미국은 96년 ‘헬름스-버튼 법안(쿠바제재법)’을 채택, 미국 투자자들이 쿠바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고 차관제공도 금지하는 등 제재 강도를 오히려 높였다.
지난 2001년11월 허리케인으로 쿠바 경제가 위기에 처한 뒤 미 정부는 금수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으며, 식량원조 형태로 물밑에서 관계개선이 진행됐다. 특히 최근 미국산 농산물의 쿠바 수출이 늘기 시작하면서 미국내 농민단체의 제재 해제 요구가 커지기 시작했다.
농산물 금수조치가 풀리면 쿠바의 미국 농산물 수입은 연간 1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제재가 전면해제되면 양국간 무역규모가 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주, 노스다코타주, 미네소타주는 최근 쿠바에 시장개척단을 보내는 등 벌써 홍보를 시작했고 미국내 11개 항구도시가 쿠바행 화물선의 선적을 위해 쿠바 기업들과 별도의 협정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딸기가 보는 세상 > 아메리카vs아메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핼리버튼, '의혹은 계속됩니다' (0) | 2003.09.18 |
---|---|
룰라 인기가 떨어졌다고? (0) | 2003.08.27 |
브레진스키의 '신념' (2003.8) (0) | 2003.08.25 |
에놀라 게이 (0) | 2003.08.20 |
사파티스타는 어디로 가나 (0) | 2003.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