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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일기/ 독재에 항거하기

딸기21 2008. 3. 1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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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에 항거하기

1. 안회가 공자에게 여행을 허락해 달라고 했습니다.
"어디로 가려는가?"
"위(衛)나라로 가려 합니다."
"무엇 하러 가려는가?"
"제가 들으니 위 나라 임금이 젊은 혈기에 제멋대로 권력을 남용하면서도, 제 허물을 모른답니다. 백성들의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죽은 사람들의 시체가 마치 늪지에 쓰러져 시든 풀과 같아, 백성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합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잘 다스리는 나라를 떠나 어지러운 나라로 가라, 의원 집 문 앞에는 병자가 많은 법'이라 하신 말씀에 따라 위나라의 병을 고칠 길을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내용은 공자와 안회의 대화로 돼있지만 실제로는 그냥 장자가 만든 '시추에이션'이라고 한다.
소요유와 제물론, 양생주를 지나 드디어 인간세로 넘어왔다. 노닐며 물리를 찾고 삶을 키우다가 세상살이 속으로 뛰어들어온 것이냐. 장자가 살았던 나라 중국은 세상에 태평한 법이라곤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지, 오늘날도 티벳 사람들을 묶어놓고 때리고 못살게 군다. 그것이 인간세인가? 나는 인간세도 모르고 장자도 잘 모르니 그저 장자도 신문 읽듯이 읽는데, 뉴스를 장자처럼 읽는 것은 도대체 안 될 것 같다.

섣불리 덤빌 수 없다

2. . "야! 아서라. 네가 거기 가면 결국 처벌이나 받을 것이다. 무릇 도를 뒤섞어서는 안 된다. 뒤섞으면 갈래가 많아져서 헷갈리고, 헷갈리면 근심 걱정이 생긴다. 근심 걱정이 있으면 남을 도울 수가 없다. 옛 지인(至人·참사람)들은 먼저 스스로 도를 굳힌 뒤에 남을 도왔다. 자기 하나 확실히 갖추지 못하고서 어떻게 포악한 자의 행위에 간여할 수 있겠느냐?

3. 더구나, 너는 덕이 어떻게 녹아 없어지고, 못된 앎이 어디서 생기는지 아느냐? 더근 이름을 내려는 데서 녹아 없어지고, 못된 앎은 서로 겨룸에서 생긴다. 이름을 내려는 것은 서로 삐걱거리는 것이고, 못된 앎은 겨루기 위한 무기이다. 둘 다 흉한 무기라 완전한 삶을 위해서는 써서 안 될 것들이다.

4. 그리고 덕이 두텁고 믿음직스럽기 그지없는 사람도 아직 다른 사람의 기질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고, 이름을 위해 겨루지 않는 사람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억지로 인의니 법도니 하는 것을 포악한 사람 앞에서 늘어놓는 것은 남의 못됨을 이용하여 자기 잘남을 드러내려 하는 것. 이를 일러 '남을 해치는 것'이라 한다. 남을 해치면 자신도 반드시 해침을 받는 법. 남들이 너를 해칠까 걱정이구나.

5. 또 그가 정말 훌륭한 사람을 좋아하고 못난 사람을 싫어한다면, 어찌 굳이 너를 써서 달리 일을 꾸미게 하겠느냐? 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왕은 자기의 권세를 등에 없고 그럴듯한 말로 너를 압도하려 할 것이다.

눈은 어리둥절
네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네 입은 핑계로 어물어물
네 태도는 쭈빗쭈빗
네 마음은 지당지당.

이것은 불로 불을 끄고, 물로 물을 막으려는 것. 이를 일러 '군더더기'라 하지. 일단 그에게 복종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는 것. 네가 너를 믿어주지도 않는 사람에게 솔직한 말만 하다가는 반드시 그 포악한 사람의 손에 죽을 것이다.

6. 옛날 걸왕이 관룡봉을 죽이고, 주왕은 왕자 비간을 죽였다. 이렇게 죽은 두 사람은 인격을 잘 닦은 사람들이었지만, 신하의 신분으로 백성의 편을 들어 그들을 동정하다가 임금의 눈에 거슬리게 되었다. 그 사람들의 훌륭한 인격이 오히려 임금에게 그들을 제거시키도록 하는 빌미를 준 셈이 되고 말았다. 이 둘은 모두 이름 내기를 좋아하던 사람들이었다.
옛날에 요 임금이 총지와 서오를 공격하고, 우왕이 유호를 쳤는데, 이 나라들은 황무지가 되고, 임금들은 모두 형벌을 받아 죽었다. 끝없이 군대를 동원하고, 실리를 탐내다가 그렇게 된 것이다. 모두 명예와 실리를 좇았다. 너도 이런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명예와 실리의 추구는 성인도 물리칠 수 없는데 네가 어찌 물리치겠느냐. 그러나 너에게도 [가겠다는] 까닭이 있을 터이니 어디 한번 말해 보아라."

좋은 일 하러 간다는데 못 가게 막는 선생의 말씀이 매우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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