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감옥 국가' 미국

딸기21 2008. 2. 29. 12:28
728x90

프랑스의 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70여년 전 미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하면서 감옥들을 순례했고, 몇해전 그의 뒤를 좇아 미국을 여행한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레비도 미국 감옥들을 돌며 민주주의의 현재와 미래를 짚었다. 과거와 현재 외국의 지식인들이 생생하게 포착해냈듯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수감자가 많은 `감옥 국가'임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퓨센터(Pew Center on the States)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에서는 성인 100명 중 1명 이상이 감옥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28일 퓨센터 조사를 인용, 지난해 미국 내 연방, 주 정부 산하 교도소 수감자 수가 전년보다 2만5000명 가량 더 늘어나 231만9000명에 이르렀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인권탄압국가라 비난하는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나라들보다도 훨씬 많은 숫자다. 연방정부 센서스에 나타난 미국 전체 성인 인구가 2억3000만명인 것과 비교해보면, 성인 99.1명 중 1명이 감옥에 있다는 얘기가 된다.
수감자 비율이 성인 인구의 1%를 돌파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법무부는 전체 인구 대비 수감자 비율만 집계, 발표해왔으나 이번 조사는 성인 인구를 기준으로 실질적인 수감자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또 수감자 비율이 인종별, 연령별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다. 전체 미국인들로 보면 대략 100명 중 1명 꼴이지만 히스패닉(라틴아메리카)계의 경우 성인 36명 당 1명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흑인은 15명당 1명이 갇혀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율이 가장 높다는 20∼34세 흑인 남성의 경우 9명 중 1명이 교도소에 있는 것으로 집계돼, 수감자 비중이 무려 10%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35∼39세 백인여성 집단에서는 355명 중 1명으로 비율이 떨어졌다.
주별로 봤을 땐 범죄자에 대한 강경대응을 강조해왔던 텍사스주가 17만2000명을 수용하고 있어 최다를 기록했다. 텍사스는 지난 30년 동안 범죄율이 3% 늘어났는데 같은 기간 수감자 수는 600% 증가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뉴욕, 위스콘신 등은 수감자 수가 줄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범죄율 변화추이와 수감자 증감 추이가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1987년 이래 지난 20년 간 미국의 범죄 건수는 25%나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수감자는 계속 늘어난 반면, 국민들이 느끼는 치안 불안은 줄어들지 않았다.
퓨센터에서 이 조사를 맡았던 수전 유런은 "교도소를 유지할 돈만 있다면 범죄자들을 가둬두는 것은 범죄에 대한 가장 손쉬운 대응방법"이라며 미국이 1980∼90년대 막대한 돈을 들여 교도소들을 늘리면서 수감자 숫자만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 각 주는 평균적으로 연간 예산의 7%를 교도행정에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기준으로 봤을 때 수감자 1명에 들어가는 예산은 평균 2만3800달러(2240만원)이나 됐다. 보수적인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데이빗 멀하우젠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제는 범죄율을 낮추는 좀더 현명한 접근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