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석유시장, 다시 '메이저 시대'로

딸기21 2003. 8. 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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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길지만 중요한 얘기.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세계 에너지시장이 대격변기를 맞고 있다. 전쟁 전부터 예상됐던 바이긴 하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1970년대 이후 걸프의 국가들이 석유를 장악했던 자원민족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건 즉, 오펙 체제가 끝났다는 얘기다. 이미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을 탈환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중동의 시장개방은 역내 정치불안을 가중시키고 국제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문 여는 걸프

전쟁으로 정부 기능이 상실된 이라크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란까지도 서방 에너지자본에 자원시장의 문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보라.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시장의 문을 열다니.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유럽과 일본을 돌며 5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한때 '사우디 그 자체'라고 불렸던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정말로, 사우디 그 자체였다)도 정부의 협상과 별도로 최근 셸, 토탈 등과 남부 사막지역 루브 알 칼리의 천연가스전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사우디가 외국자본에 에너지개발을 허가한 것은 30여년만에 처음이다.

사우디의 천연가스전을 개발하기 위한 수주전이 시작된 것은 사실 90년대 후반부터다. 영국석유회사(BP)와 셰브론텍사코,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등 석유메이저들이 몽땅 뛰어들어 98년 3개의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압둘라 사우디 왕세자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협상을 끌어왔다. 그러나 전후 이라크 쪽에 메이저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자칫 선수를 놓칠 수 있다고 판단, 협상 속도를 빠르게 하기 시작한 것이다.

쿠웨이트에서는 엑손 모빌과 BP가 99년에 북부 유전개발권을 따냈다. 의회의 반대로 아직 개발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메이저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란도 아자데간 유전 개발에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석유시장의 '시대'가 바뀐다

19세기말 서구열강의 중동 장악과 함께 몸집을 부풀려온 거대 석유회사들은 반세기 넘게 '메이저 시대'를 구가했다. 당시 세계 에너지시장을 나눠가졌던 회사들을 사람들은 '일곱 자매들'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70년대 오일쇼크로 상징되는 걸프의 국영화바람이 일면서 석유시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를 결정하는 'OPEC 시대'로 들어섰다. 어쩔 수 없이 몸불리기에 나선 자매들 사이에 거대한 인수합병 바람이 불었고, 몇개 대기업들(보통 다섯개라고 하지요)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유부녀 시대'가 됐다(왜 하필 여자에 비유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90년대 후반 이후 에너지 기업들은 중동을 다시 장악하기 위한 재탈환작전에 들어갔다. 거대석유자본의 이해를 대변해온 미국 정부는 그간 소극적 경제제재에 국한했던 전략을 바꿔 2003년 '전쟁'이라는 칼날을 빼들었다. 이라크전은 자원민족주의와 OPEC 체제를 무력화하는 결정적 계기였다. 다시한번 '메이저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중동 국가들이 국영화 정책을 상당부분 포기하면서 문을 열지 않을 수 없게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석유수입에 재정을 의존해온 사우디 왕정은 막대한 적자로 인해 당장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안될 처지가 됐다. 오랜 제재와 고립으로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이란은 외국기업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유전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라크 석유에 밀릴 수 있다는 각국의 인식도 '개방 도미노'를 불러오는데 한몫 하고 있다.

자원을 내어준 중동은 어디로 갈까

영국의 석유전문가 에이미 마이어스 자페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한 나라가 민영화를 하면 다른 나라들도 뒤를 따르지 않을 수 없게된다"면서 "해당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히 온건한 말이네요.

중동에는 세금이 없다-- 적어도 어떤 나라에서는, 지금까지는 그랬다.
경제발전이 미비하고 사회안전망도 갖춰져 있지 않은 중동에서, 정부가 석유수입으로 풀어주는 돈은 국민들에게 유일한 복지수단이 돼왔다. 이라크의 바트당 정권은 석유수입으로 식량배급제를 유지할 수 있었고, 사우디 왕정은 국민에게 세금을 걷는 대신 오일머니로 국가를 유지하면서 독재에 대한 불만을 무마해왔다. 사우디의 경우는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 왕정은 지금 땜질식 처방으로 유전을 팔아 재정을 충당하려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부가 유출되고 정정불안이 가중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라크에서는 전후 유전을 장악하기 위한 싸움이 정파간, 종족간 분쟁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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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결국 한 나라의 경제가 강대국에 종속되는 '신식민지 시대' 가 오고 마는 것인가... 갸우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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