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적대적인 두 민족 사이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나누는 교류는 있다. 이스라엘 하레츠지는 29일 팔레스타인 11살 소년의 장기기증으로 이스라엘 어린이 3명이 새 생명을 얻게된 사연을 소개했다.
요르단강 서안 쿠르자 마을에 살던 팔레스타인 소년 카하르는 지난 22일 지붕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카하르는 이스라엘 페타 티크바에 있는 슈나이더 아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소생하지 못했고 결국 일주일만인 29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같은 병원에 입원해있던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는지 카하르의 가족들에게 물었다.
"엄마는 의사에게서 장기와 조직을 기증하라는 제안을 받고서 망설이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카하르의 상태가 안 좋아졌을 때부터 그 문제를 생각해봤고, 일단 기증할 뜻을 정한 뒤로는 대상자가 유대인이냐 아랍인이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카하르의 형 라아드는 "동생과 같은 병원에 있던 어린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만나면서 우리 결정이 옳았음을 알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실한 무슬림인 카하르의 가족은 뜻을 굳힌 뒤 시신의 일부를 기증하는 것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알기 위해 지역의 무프티(율법학자)에게 자문을 구했다.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무프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학회에 팩시밀리로 의견을 구했다. 사우디의 권위있는 율법학자들은 "신의 뜻에 맞는 훌륭한 행동"이라는 해석을 보내왔다.
유전질환인 다낭성신질환을 앓고 있던 13살 소녀가 가장 먼저 카하르의 폐와 심장을 이식받았다. 이 소녀는 심장 기능은 정상이었지만 이식된 폐의 적응성을 높이기 위해 심장이식수술도 함께 받았다. 뒤이어 11살 짜리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에게 각각 간과 신장을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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