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기부 마케팅

딸기21 2007. 12. 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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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쇼핑시즌을 맞은 미국에서 `기부 마케팅'이 최고의 키워드가 되고 있대요. 뭐,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뉴욕타임스가 조목조목 따져보는 기사를 실었네요.

요는,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부자가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소액이나마 기부를 할 수 있게끔 해주는 `끼워넣기 기부(embedded giving)'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건데요. 종군기자 프로그램을 'embedded'라고 부르는 걸 봤었는데, 이 단어는 쓰임새가 참으로 미묘하군요.

프로그램 하나로 2년새 480억원 모금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일랜드 출신 록스타 보노가 이끄는 글로벌 펀드의 `레드(RED) 프로덕트'.
애플, 모토롤라, 갭, 엠포리오 아르마니 등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7개 기업들은 `레드' 상표가 붙은 제품을 팔 때마다 글로벌 펀드에 일정액을 기부합니다. 제3세계 에이즈ㆍ말라리아ㆍ결핵 환자들을 돕는 구호기금인 글로벌 펀드는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2년이 채 못되는 기간에 이 프로그램으로 5170만달러(약 480억원)을 모금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세계야생생물기금(WWF)도 기부 마케팅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WWF는 22개 기업과 연계, 매년 200만∼300만달러를 `끼워넣기 기부'로 모금하고 있습니다. 이 단체는 아예 기업들과 상품을 공동기획하기도 한다는군요. 판다 그림과 함께 동물보호 메시지가 쓰여진 티셔츠를 판매하거나, 친환경 제품들을 기부 마케팅 품목으로 만들어 팔게 하는 거죠.
WWF의 존 도너휴 사무부총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귀여운 소녀들 10만명이 판다 티셔츠를 입고 다니면서 미국 전역에 동물보호 메시지를 전파한다고 생각해보라"며 "모금 외에도 엄청난 부수적인 캠페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이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비자가 친환경 상품을 선택하도록 자연스레 유도하는 효과도 있겠지요.

온라인에서도 기부 마케팅

미국 기부 마케팅의 효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이 회사는 1983년 소비자들이 자기네 카드를 1번 쓸때마다 1페니씩을 내는 방법으로 뉴욕 자유의 여신상 수리비용 170만 달러를 모아 기부했다고 합니다. 이후로 소비자들에겐 보람을, 기업 쪽엔 매출증가와 함께 이미지 제고를 덤으로 안겨주는 기부 마케팅은 경쟁적으로 퍼져나갔다.
1990년대 신경제 붐 이후엔 온라인 기부마케팅도 크게 늘었답니다. 1997년 만들어진 인터넷쇼핑몰 아이기브닷컴의 경우 구매액의 일정 부분을 소비자들에게 마일리지로 환급해줘, 기부하게끔 하고 있는데요. 이 방법으로 그동안 모은 액수가 290만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투명성과 효율성 논란도

하지만 매사 그렇듯, 기부 마케팅이 너무 퍼지면서 최근 들어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투명성. 보노가 이끄는 글로벌 펀드 측은 기업들의 기부 현황과 기금 사용 내역을 인터넷에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과 쇼핑센터들은 어디에 얼마나 기부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고 강제 규정도 없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가 뉴욕의 한 쇼핑센터 기부마케팅 카탈로그를 보고 조사를 했더니 기부대상이라 적혀있는 단체들 쪽에선 정작 자신들의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는군요. 신문은 "기부 내역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상점과 업체들도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기부 마케팅이 `소비=기부'라는 왜곡된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줘, 가장 중요한 직접 기부가 오히려 줄어들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겠지요. 구호단체들은 "끼워넣기 기부는 직접적인 기부보다 자선ㆍ구호활동에서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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