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알 없이 몸 만들기

딸기21 2007. 11. 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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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미국의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를 복제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피부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ESC)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원시 만능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배아 파괴를 둘러싼 윤리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고 치료용 줄기세포를 연구할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데...


야마나카 신야(山中 伸彌) 교수가 이끄는 일본 교토(京都)대 연구팀과 미국 위스컨신대학 제임스 톰슨 박사 팀은 인간 피부세포에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를 집어넣어 유전 신호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ESC와 거의 같은 만능 세포를 만들어내는데 각각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의 연구 성과는 각각 과학전문지 `셀(Cell)'과 `사이언스' 20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는데요. ESP와 구분하기 위해 유도만능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라 이름 붙여진 이 새로운 만능 세포는 치료용 줄기세포 연구의 새 장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 연구팀이 20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를 통해 공개한 인간 피부세포의 사진. 
이 세포는 피부세포에 성장 유전자를 집어넣어 배아줄기세포 같은 만능세포로 만든 것으로,
배아 파괴를 둘러싼 윤리논란 없이 줄기세포를 연구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포의 시간을 뒤로 돌리다


두 연구팀은 수년간 1000여개의 유전자를 조사, 성장에 관여하는 마스터유전자들을 찾은 끝에 4종류의 유전자들을 발견해냈다고 합니다. 이 네 종류의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 신호를 껐다 켰다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마스터 세포' 격인 셈인데요.

과학자들은 이 4가지 유전자 중 각기 서로 다른 2개씩을 골라 성인 여성들에게서 추출한 피부세포에 집어넣어 염색체를 `재(再)프로그래밍'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재프로그래밍'을 한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 암튼 이렇게 조작된 세포는 마치 시간을 뒤로 되돌린 듯, ESC와 같은 상태로 돌아갔다는 겁니다.

ESC는 아직 신체 조직ㆍ장기 등으로 자라나지 않은 원시적인 세포로, 배아가 성장하는 동안 유전자 신호를 받아들여 신체의 여러 장기와 조직, 뼈 등으로 성장하지요. 이번에 일본과 미국 연구팀이 만들어낸 만능 세포는 ESP와 똑같이 인체의 220개 세포타입 중 어느 것으로든 변화될 수 있습니다. 즉 심장, 뇌, 혈액, 뼈 같은 신체의 모든 부위로 키워낼 수가 있는 거고요. 또한 새로운 줄기세포를 복제해 ESC와 비슷한 세포들을 대량 생산할 수도 있겠지요.



라이트형제의 비행기에 비견될 쾌거


iPS로 신체 조직을 키워내면, 원래 피부세포의 주인과 같은 유전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식을 해도 면역 거부반응이 없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로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의 구조를 알아내는 연구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내다봤습니다. 미 매서추세츠주 생명공학회사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ACT)의 로버트 란자 박사는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것과 비견될정도로 줄기세포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 평가했습니다.

야마나카 교수 팀은 지난 6월 이번 연구와 똑같은 방식의 선행 연구를 통해 생쥐의 피부세포에서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었어요. 당시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윤리 논란을 거의 혹은 완전히 극복하게 해줄 획기적인 연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었는데, 다섯달만에 인간 피부세포로 연구를 확장하는 개가를 올린 셈입니다.


윤리논란 해소


줄기세포 전공자들과 과학기술윤리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줄기세포 연구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ESC를 둘러싼 `생명파괴' 논란이 끝날수 있게 됐으니까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등 공화당 보수파들과 로마가톨릭 등은 줄기세포 연구 과정에서 배아가 파괴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해 왔습니다. 백악관과 가톨릭계는 이 때문에 ESC가 아닌 다 자라난 성체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해왔으나, 이는 ESC처럼 다양한 분화를 이끌어내기가 힘들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백악관과 미국 종교계는 이번 연구결과에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토니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ESC연구 지원법안을 두 차례나 거부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바로 이런 방향의 연구였다"며 새 연구는 윤리지침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평을 냈답니다. 미국 가톨릭교주교협의회도 "도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획기적인 배아복제의 대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SC 연구에서는 또 과학자들이 연구용 배아를 많이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연구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적에 한국에서 `난자 공여 운동'까지 일어났던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었을 뿐, 미국이나 일본ㆍ유럽 등에서는 윤리기준 내에서 난자공여자를 찾기가 매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14일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연구팀이 최초로 영장류인 붉은털원숭이의 체세포를 복제, ESC를 생산하는데 성공했지만 이 역시 기존 핵이식 방법을 사용한 것이어서 인간에게로의 확대 연구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지요. 하지만 세포 재프로그래밍 방식에는 배아가 필요없기 때문에 최대 기술적 장애물을 넘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안전성 장벽 넘어야


위스콘신대의 톰슨 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iPS는 ESC와 기능 면에서 똑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먼저 제작방식이 다르지요. 윤리논란이 없는 대신 새로운 방식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자들도 `100% 확신'을 피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간 세포의 유전정보를 빼내 조작하는 과정에서 암세포와 같이 무한정 증식하는 세포들이 잘못 복제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또한 성장 유전자를 세포에 주입하기 위해 두 연구팀은 바이러스를 염색체에 삽입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즉 바이러스를 `교통수단'으로 삼아서 유전자를 염색체로 운반했던 건데요.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세포의 돌연변이를 일으켜 정상 세포를 암세포로 바꿔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야마나카 교수와 톰슨 박사팀은 새로운 방법을 안전성이 확보되는 단계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두 팀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세포를 복제, 재프로그래밍해 신경세포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유전자 운송수단으로 바이러스 대신 화학물질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는군요.
하지만 두 팀 모두 "질병 치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재프로그래밍 방식과 함께 ESC 방식의 연구도 병행해서 이뤄져야만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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