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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비상사태와 미국의 '원죄'

딸기21 2007. 11. 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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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파키스탄...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결국 일을 저질렀습니다. 대법원의 대선 유효여부 판결을 앞둔 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반대파 잡아들이기에 나선 겁니다. 파키스탄은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는군요. 잘못된 집권자를 물심양면 지원해온 미국의 `원죄'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전국이 `감옥'

AP통신은 파키스탄 당국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반정부 인사들과 민주화운동가들을 잡아들이고 있으며, 보안병력에 끌려간 사람이 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경찰과 군병력이 시위대 접근을 막기 위해 주요 공공시설을 가시철조망으로 감싼 탓에 전국이 감옥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변했고, 내년 1월로 예정된 총선도 연기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슬라마바드, 카라치 등 주요 도시들엔 병력이 깔려 공포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답니다. 무차별 체포로 반대시위조차 일어나기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1999년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2002년 한차례 국민투표를 통해 재신임 절차를 거쳤지만 국민들의 신망을 얻지 못했습니다. 특히 2001년 미국의 아프간전에 협력하면서 이슬람세력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지난달 야당의 보이콧 속에 의회에서 간접선거로 치러진 대선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압승
을 거뒀지만 군 참모총장을 겸하고 있는 그의 후보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일어나 대법원에 소송이 제기됐었습니다. 반(反) 무샤라프 성향의 대법원은 며칠 내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대법원과 의회 주변을 봉쇄했다고 합니다. 현지언론들은 이슬라마바드 도심에서 통행 인파가 사라졌으며 매리엇 호텔에서 40여명의 반정부 인사들이 모임을 가졌다가 곤봉을 앞세운 경찰에 두들겨맞고 모두 끌려갔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원조 중단 검토중"

야당 지도자인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전총리 등은 일제히 무샤라프 대통령의 조치를 비난했습니다. 국제사회도 강한 우려를 표하면서 무샤라프 대통령 측에 비상사태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미국은 1990년대 집권했던 부토와 샤리프가 친이슬람 정치인이라고 백안시했으며,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를 밀어줬습니다. 핵무기 개발을 이유로 파키스탄에 경제제재를 가해왔던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 들어서 태도를 바꿨습니다. 무샤라프가 `대테러전쟁'에 협력해준다는 이유로 수천억달러의 원조를 제공하면서 핵무기 면죄부를 주는 등 물심양면 지원했던 겁니다.
이슬람을 최악의 적으로 규정한 미국은 이슬람세력을 눌러주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샤라프 대통령 편에 서서 `남아시아의 민주주의자'로 포장했었지요. 뉴스위크 편집장 파리드 자카리아 등 미국의 언론인, 지식인들도 몇년간 `무샤라프 띄우기'에 열심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다고 물론 이들을 욕할수만은 없습니다만... 부토나 샤리프도 문제 있는 인간들이고, 이슬람 근본주의의 득세는 막아야 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근본주의 막는다고 독재정권 밀어주거나 전쟁 일으켜서 사람들 막 죽이면 안되지요)

그 결과가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비상사태 선포'로 나타나자 워싱턴은 당혹스런 처지가 됐습니다. 안그래도 백악관 주변에선 무샤라프 정권이 탈레반ㆍ알카에다 등 이슬람 극단세력을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었답니다. '무샤라프 카드'를 과연 언제까지 쥐고 있어야 하느냐...는 무용론이 제기됐던 건데요.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은 4일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재고할 수 있다"고 말해 원조를 중단할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전날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이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취임선서 전 참모총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데에서 보이듯, 미국이 그에 대한 지지를 완전히 철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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