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라잖아...미국의 '불량국가 핵 위협론'에 IAEA 반발

미국이 북한-시리아 핵 커넥션, 이란 핵무기 제조계획 등 확인되지 않은 `불량국가 핵 위협론'을 퍼뜨리는 것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끈하고 나섰다. 유엔의 공식 `핵 창구'인 IAEA의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지난달 이스라엘이 시리아 핵 의혹시설을 멋대로 공습한 뒤 `북한 커넥션'을 제기한 것에 대해 "국제관계를 무시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이란 핵 의혹을 들어 `제3차 세계대전'을 경고한 미국 백악관을 강력 비난했다.

"북한-시리아 커넥션 정보 없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28일 미국 CNN방송 `레이트 에디션(Late Edition)'에 출연해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공습한 것 때문에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고 토로한 뒤 "이스라엘이 공습한 지역이 시리아의 비밀 핵시설이라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증거도 제공한 적이 없다면서 이스라엘에 정보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핵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비밀 정보가 있으면, 어떤 나라든 IAEA로 가져와야 하며 모든 조사 권한은 IAEA에게 있다"고 강조한 뒤 "먼저 폭격부터 해버리면 시스템이 허물어져 결국 의혹을 푸는데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공습을 당한 시리아의 시설이 군사시설이긴 하지만 핵과는 관계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6일 시리아를 공습해 비난을 샀다. 당초 이스라엘 측은 시리아에 북한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핵 시설이 있어 정보수집차 정찰비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폭격 사실이 알려지자 입을 다물었다.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시리아 공습 때 터키 영공을 침범한 것이 문제가 되자 28일 터키 측에 이를 사과했다. 그러나 북한 관련 의혹이나 시리아 핵 시설 의혹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IAEA는 그동안 시리아보다 오히려 이스라엘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왔다. IAEA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 않은 채 비공식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누차 정보 공개를 요구해왔다. 아랍국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이중잣대를 비난하며 `중동 비핵지대 신설'을 IAEA에 요구하고 있다.

이란 자극 말아달라

엘바라데이 총장은 또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도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미국 백악관의 잇단 강성 발언에 경고를 보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지금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확실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며 미국 정보기관들이 그동안 발표한 자료들을 인용해 "설혹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려 한다해도 성공하기까지는 최소한 몇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서라면 외교와 사찰 외에는 해법이 없다"고 강조하며 "북핵 6자회담 같은 방식이 이란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최근 들어 이란을 자극하는 수사(修辭)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조지 W 부시대통령은 앞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듯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핵 홀로코스트(대학살)'라는 표현까지 썼다. 미국은 또 이란 엘리트 군부대인 혁명수비대를 테러지원조직으로 규정하고 경제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일각에서 "이라크처럼 몰아가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자 백악관은 26일 "이라크 때와 똑같이 보지 말아달라"며 여전히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 핵이 아니라, 백악관의 의도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엘바라데이 총장은 "(미국의) 강경 발언은 핵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오히려 이란의 강경파들을 자극해 핵 보유 야심을 부추길 것"이라며 미국에 자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