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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폭탄테러로 수백명 사상

딸기21 2007. 10. 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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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서 베나지르 부토 전총리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 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8일 밤 8년간의 영국 망명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부토가 가두 행진을 하던 도중 차량 폭탄테러가 일어나 126명이 숨지고 25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당시 카라치 시내에는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토를 환영하기 위한 지지 인파 15만∼20만명이 몰려 발디딜틈도 없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구급차가 빨리 접근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는 부토가 탄 차에서 불과 5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부토는 트럭 뒤에 타고 행진하며 군중들에게 인사를 보내다가 테러 몇분 전 차 안으로 들어간 덕에 다치지 않았지만 경호원들이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테러범이 차량에 타고 있다가 폭탄을 터뜨린 뒤 숨진 것으로 보이며, 이와 별개로 인근 거리에 폭발물을 실은 차량을 주차시켜 연쇄적으로 터뜨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목격자들도 최소 2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해 이를 뒷받침했다.
누가, 왜 테러를 저질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부토 귀국 전부터 그를 노린 테러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었다. 부토는 1999년 부패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영국으로 망명했다. 쿠데타로 집권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최근 알카에다ㆍ탈레반 세력이 발흥하면서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자 부토와 협상을 벌여 권력을 나눠갖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치러진 대선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토가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귀국을 미뤄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파키스탄 탈레반 조직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무샤라프와 부토의 결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테러리스트들이 부토를 맞을 것"이라 위협했었다. 정보기관들도 3개 이상의 무장단체들이 테러를 시도할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파키스탄 정국 '폭풍 속으로'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총리가 귀국하자마자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카라치 연쇄폭탄테러는 파키스탄의 향후 정국이 폭풍과도 같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재집권 여부가 아직도 완전히 판가름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토가 전격 귀국함으로써, 무샤라프-부토 양대 세력의 힘겨운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와 유혈사태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만 군중 속 연쇄폭탄테러

영국 런던에서 8년간 망명생활을 해온 부토는 이날 오후 2시 수도 이슬라마바드가 아닌 카라치를 통해 입국했다. 부토는 파키스탄을 건국한 무하마드 알리 진나의 묘소를 참배한 뒤 이날 밤 트럭에 올라타고 가두행진을 벌였다. 시내에는 지지 군중 20만명이 몰려들어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밀집한 군중들 사이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나면서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CNN방송 현지특파원은 "거리 곳곳에 시신과 신체 부분들이 널려 있고 피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경찰은 "부토 일행은 경찰차로 에워싸여 있었기 때문에 다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CNN은 "현장에는 부토의 경호원들 외에 경찰 보안병력은 거의 없었고 누구든 원하면 부토 근처로 갈 수 있었다"며 "실제로 폭발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 부토의 경호원들이 크게 다쳤다"고 전했다. 앞서 부토는 귀국 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기자들과 만나 "나를 향한 위협이 많을 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무슬림들이 여성인 나를 공격하면 지옥불에 떨어질 것"이라며 쿠란을 인용해 경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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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지르 부토 전총리가 폭탄테러 발생 직후 타고있던 트럭에서 구조되고 있다.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총리의 딸로서 정치명문가 출신인 부토는 대중적 인기 만큼이나 정적들로부터는 미움을 받고 있다. 파키스탄 정치세력들은 여러 갈래로 분열돼 있기 때문에 누가, 왜 테러를 저질렀는지는 아직 단언하기 힘들다. 현지에선 부토의 귀국을 앞두고 알카에다와 탈레반 계열 테러세력들이 그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추측도 나돌고 있었다. 실제 파키스탄 탈레반은 부토를 공격할 것임을 공개 선언했었다. 부토는 망명 기간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강하게 비난해 파키스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발을 사왔다.

정국 어디로 가나

1998년 쿠데타로 집권한 무샤라프 대통령은 최근 무장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이슬람세력이 발흥하면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국외로 쫓아냈던 부토와 협상을 벌여 권력 분점에 합의했으며, 지난달 대선에서 98%의 지지를 얻어 재집권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선거를 보이콧했던 야당들이 대법원에 선거무효소송을 내 아직 선거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법원은 당초 18일쯤 판결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10∼12일 가량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연기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정국 혼란을 우려, 부토가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도 귀국을 미루라고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합의대로라면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간 겸직해온 합참의장 자리를 내놓고 대통령직을 유지하며, 부토는 총리가 되어 권력을 나눠갖게 된다. 그러나 `어제의 적'에서 `오늘의 파트너'로 돌아선 두 사람의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이번 테러 때문에 향후 정치일정이 극도로 불투명해졌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부토의 귀국에 대해서 아직 어떤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은 카라치 테러를 강력 규탄했으나 역시 부토의 귀국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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