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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범 무죄론' 다시 고개 드나

딸기21 2007. 8. 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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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위안부 강제동원 등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쟁범죄 행위를 부인해 국제적 비난을 받아온 일본 정부가 또다시 `A급 전범 무죄론'을 들고 나올 태세를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달말 인도 방문 때 과거 일본 제국주의 지도부의 2차 대전 전쟁범죄 무죄를 주장했던 인도인 판사 라다비노드 팔의 유족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14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오는 22일 인도를 방문, 일본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인도 의회에서 연설하는 등 인도와의 동맹 관계를 강조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방문 이틀째날인 23일 콜카타(캘커타의 현 이름)에 살고 있는 팔의 유족들과 만나기 위해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은 2차 대전 뒤 열린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유일하게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의 무죄를 주장했던 인물.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팔 유족과의 면담은 아베 총리측에서 강력 희망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만남이 일본-인도의 우호적 관계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번 일이) 중국 등 주변국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946~48년 2차 대전 연합군측 주도로 도쿄(東京)에서 열려 흔히 `도쿄재판'으로 불리는 극동국제군사재판에는 전쟁 당시 일본 총리였던 도조 등 28명이 기소됐다. 그 중 판결 전 병사한 2명과 소추가 면제된 1명을 제외한 25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본에서는 이들 25명을 통상 `A급 전범'이라 부르며, 이들 외에 추후 기소된 5700여명을 B,C급 전범으로 칭한다. A급 전범의 위패가 안치된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는 한국, 중국과 일본 간의 고질적인 갈등 요인이 돼왔다.

도쿄재판 재판부는 호주 출신인 윌리엄 웹 재판장을 비롯해 캐나다, 중국,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 온 1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영국령 인도제국 소속으로 재판에 참여했던 팔은 판사들 중 유일하게 "전승국이 패전국 지도자들을 놓고 재판을 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면서 피고 전원의 무죄를 주장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지난 2005년 6월 경내에 팔을 기리는 기념비까지 만들어 제막식을 거행한 바 있다. 신사 측은 또 "A급 전범들은 일본 국내법으로는 죄인이 아니다"라고 주장, 파문을 일으켰었다. 팔 기념비 건립과 함께 일본에서는 `A급 전범 무죄론'과 `도쿄재판 부정론'이 극우파들의 의제로 등장했다. 지난 6월 미국 언론에 "군 위안부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일본 의원들의 광고가 실리는 등 전쟁범죄 행위를 부정하는 흐름은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군위안부 문제를 사죄한 `고노 담화'를 부인하고 야스쿠니를 기습 참배하는 등 역사적 책임을 부정하는 행동으로 논란을 빚어온 아베 총리는 도쿄 재판에 대해서도 우익들과 인식을 일부 공유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본회의에서 도쿄 재판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나라와 나라 간의 관계에 있어서 그런 재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특유의 에두르는 화법을 써서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겠다'라는 뜻을 밝혔지만 도쿄재판에 대해 자신이 실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결국 밝히지 않아 재판 부정론의 여지를 남겨뒀었다.


8.15 '야스쿠니 정치학' 예년보다는 시들

일본 도쿄(東京)의 야스쿠니 신사가 15일 이례적으로 조용한 종전(終戰) 기념일을 보냈다. 아사히(朝日) 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총리 시절 이래 총리와 각료들의 `8ㆍ15 참배'로 시끄러웠던 야스쿠니 신사의 정치풍경이 달라졌다며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 이후 야스쿠니를 둘러싼 정치열이 식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8시20분쯤 야스쿠니 정문 앞에는 고이즈미 전총리가 검은 승용차를 타고 모습을 나타냈다. 2001년 총리직에 취임한 이후 재임중 6차례 야스쿠니를 참배했던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날 2차 대전 전몰자 유족 모임인 일본유족회 간부들의 영접을 받고 야스쿠니 본전에 올라갔으나, 신사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의 질문에는 일체 응하지 않고 말없이 자리를 떴다. 이 밖에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와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의원 46명이 야스쿠니를 찾았으나 각료 16명 중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소자화(少子化) 담당상 1명만이 참배를 했다. 앞서 내각은 올 8ㆍ15에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 대신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전몰자 묘지를 방문해 헌화했다.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참배했다 안했다, 한다 안한다 하는 것이 외교문제가 되는 이상 그런 것을 말할 생각은 없다"며 또다시 `아이마이(曖昧ㆍ애매) 전술'로 일관했다.
지난달 말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에 대패한 뒤로 자민당 내 보수파들의 목소리는 다소 수그러든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A급전범 분사론(分祀論) 등 논쟁이 뜨거웠지만 올들어서는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8ㆍ15에는 아베 정권의 보수화와 평화헌법 개정 논의에 쐐기를 박으려는 견제 움직임이 더 두드러졌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는 담화에서 "아베 총리는 역사를 일면적으로 상황에 따라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면적이고 심층적인 역사적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 주체성을 갖고 세계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여당인 공명당은 "헌법의 항구적 평화주의를 견지해 인류 번영에 공헌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공산당과 사민당도 각각 성명을 내고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사죄와 개헌 중지를 촉구했다.
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사죄한 `고노 담화'로 유명해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전 관방장관)은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일본은) 해외에서의 무력행사를 스스로 금지한 `일본 헌법'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레짐(체제)을 선택해 오늘날까지 걸어왔다"며 2차 대전 뒤 만들어진 평화헌법 체제에 다시 한번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아베 총리가 개헌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평화헌법 체제야말로 `신체제'라 강조함으로써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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