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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이 29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 1955년 창당이래 처음으로 참의원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2005년 중의원선거 대패 악몽을 씻고 참의원 1당으로 발돋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 밝혔지만 야당은 중의원 해산과 조기총선까지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당분간 일본 정국은 아베 총리의 `버티기'와 이에 대한 공세로 혼미한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역사적 대패(大敗)'
30일 일본 언론들에 발표된 최종 개표 집계 결과, 참의원 정수 242석 중 절반인 121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은 37석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89년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전총리 때의 36석 이래 최악의 기록이다.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니었던 기존 의석을 합쳐도 자민당 전체 의석은 83석에 그쳐, 과반인 122석에 크게 못미치는 상황이 됐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20석을 합쳐도 103석에 불과하다. 반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60석을 얻어, 당초 55석 목표를 초과하는 대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기존 의석 포함 총 109석을 차지해 참의원 제1당으로 올라섰다. 민주당은 이로써 참의원 의장직을 가져가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게 됐으며, 사민ㆍ공산당 등 다른 야당들의 목소리를 모아 정국 운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사퇴 불가"
아베 총리는 29일 밤 NHK 등의 선거 개표 방송에 나와 "국민의 뜻을 엄중히 받아들인다, 책임은 내게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러면서도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작업은 이제 시작됐을 뿐이며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나의 임무"라고 말해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패배는 일본 언론들의 수차례 여론조사 등에서도 이미 예고가 된 것이었다. 선거가 끝나기도 전인 29일 오후 아베 총리의 측근인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간사장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 등과 만나 향후 진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를 비롯한 당 원로들은 아베 총리가 자리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으며 주요 파벌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은 전했다.
오자와는 어디에
눈길을 끄는 것은 향후 정국의 열쇠를 쥔 오자와 민주당 대표의 행보였다. 정작 압승을 거둔 이날 오자와 대표는 예정돼있던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TV에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 대행은 30일 새벽 기자들과 만나 "유세 피로에 감기기운이 겹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또다른 당 간부도 "오자와 대표는 자택에서 쉬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계의 지략가로 유명한 오자와는 지난해 9월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에도 병원에 입원해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민주당은 중의원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할 계획이지만 오자와 대표의 건강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했다.
'불량아' 선생님 의원 되다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불량아 출신 교사'로 유명했던 한 교사가 비례대표 의원에 진출,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당선자는 자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 요시이에 히로유키(義家弘介ㆍ36ㆍ사진). 요시이에는 학원폭력에 연루돼 나가노(長野)현의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이른바 `문제아'들을 모아 가르치는 홋카이도(北海道)의 한 대안학교에 편입해 교육을 받았다. 대학 졸업 뒤에는 교사가 되어 자신이 졸업했던 고등학교로 돌아가 자신과 같이 방황의 아픔을 겪는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그의 이야기는 `양키, 모교로 돌아가다'라는 드라마와 책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었으며 요시이에는 1980~90년대 일본을 휩쓸었던 학생들의 등교거부 현상과 학원 폭력 등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인물로서 `양키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어 유명인이 됐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정부가 발족시킨 교육재생회의에 들어가 `불량아동 문제' 대책을 마련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는 2차 대전 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의 손녀인 도조 유코(東條由布子)도 출마했으나 낙선됐다. 반면 같은 우파 인사 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납치문제 담당 보좌관이었던 나카야마 교코(中山恭子) 후보는 비례대표로 참의원 입성에 성공했다. 일본계 이민 2세로 칠레에 수감돼 있는 알베르토 후지모리(68) 전 페루 대통령도 야당인 국민신당 비례대표로 등록했지만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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