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들은 지금 카불 남쪽 가즈니주(州) 카라바그 부근 산악지대에 감금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프간 정부 측은 군과 경찰 병력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가즈니주 일대를 포위하고 탈레반의 퇴로를 막고 있다. 남부 칸다하르에서 카불로 가는 관문 격인 가즈니는 전략적 요충지이지만 혹독한 기후와 자연조건 때문에 미군들도 섣불리 작전을 치르기 힘든 곳으로 꼽고 있다.
병력 포위중, 미군도 `작전 대기'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이 가즈니주에서 한국인들을 피랍했다고 발표한 직후 곧바로 지난 20일 가즈니주 일대에 병력을 집결시켜 포위망을 형성했다. 한국인 인질 1명이 살해된 것으로 확인된 25일 밤에는 미군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도 구출 작전에 대비해 긴급히 병력을 가즈니 쪽에 이동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26일 보도했다.
나토군은 그동안 무장세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가즈니지역 군사작전을 자제해왔고, 남부 칸다하르 일대와 남서부 헬만드 등지에서 교전을 벌였었다. 그러나 미군은 "아프간 정부와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인질 구조작전을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중임을 시사해왔다.
탈레반측이 "군사작전을 벌이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까닭에 가즈니 쪽 병력들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 없이 대기하고 있지만, 군사작전이 벌어진다 해도 인질 구출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방설이 나돌았던 한국인 피랍자들의 이송지로 예측됐던 곳은 미군 116보병연대 3대대 등이 주둔하고 있는 가즈니 전방작전기지(Forward Operating Base Ghazni). 숨진 피랍자 시신이 옮겨진 곳도 이 곳이다.
미군의 골칫거리 가즈니
미군은 2002년부터 이 곳에 기지를 두고 무장세력 진압과 치안유지 작업을 벌여왔으나, 칸다하르에 가까워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한 가즈니 일대는 완전한 점령이 쉽지 않았다. 2003년3월 미군 페이브호크 HH60G헬기가 산지에 추락해 6명이 숨진데 이어 2005년4월에는 치누크헬기가 다시 추락했다. 이 때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은 살해한 아프간군 시신에 편지를 매다는 방법 등으로 미군과 아프간 정부를 향한 `피의 복수'를 다짐하는 경고문을 연달아 보내 주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
외국인이 가즈니주에서 피살된 것도 처음이 아니다. 2003년12월 유엔에서 일하던 프랑스인 여성 구호요원이 괴한들에 살해된 바 있다. 이 사건 뒤인 2004년 초 미군은 가즈니재건팀(PRT)을 가동시켜 군사작전보다는 인프라 확충 쪽에 초점을 두고 재건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탈레반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안정화 작업에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즈니주에서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미군 병사 / 사진 미군 중부사령부
혹독한 기후에 복잡한 인구구성
카블-칸다하르 간 교역로의 중심인 가즈니 지역은 1000년 전 가즈니왕조 때 만들어진 고도(古都)다. 13세기 칭키스칸의 부대가 중앙아시아를 휩쓸 때 이웃한 페르시아(이란)와 함께 몽골 제국 치하로 들어갔다. 마르코폴로의 경유지로도 알려져 있다. 19세기 말에는 영국군이 아프간을 점령하려 할때(앵글로-아프간 전쟁) 최대 격전이 이곳에서 최대 격전을 벌였다. `가즈니 전투'는 영국 제국군이 치른 가장 치열한 전투로 유명하다.
오랜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큰 도시가 없는 것은, 기후와 지리조건이 워낙 척박하기 때문. 겨울에는 폭설과 혹한이, 봄에는 집중호우와 홍수가 들이닥치며 그 외의 계절은 극도로 건조하다. 2005년에는 가즈니 최대 댐인 술탄댐이 무너져 홍수가 났고 뒤이어 곧바로 가뭄이 닥쳤다.
종족 구성도 복잡하다. 중심부 카라바그는 탈레반의 주축인 파슈툰족과 반탈레반 이란계 하자라족이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고, 주도인 가즈니시(市)인 타지크계와 파슈툰족이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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