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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인질 피랍사태] '널뛰기' 석방 보도

딸기21 2007. 7. 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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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붙잡혔던 한국인 인질 1명이 피살되고 8명 석방설이 나왔던 25∼26일(한국시간) 10여시간은 천국에서 지옥으로 향한 시간이었다. 전날부터 `협상 난항'과 `합의 임박' 사이를 널뛰듯 오갔던 외신 보도들은, 이날 죽음과 삶을 가르는 뉴스들을 다시 쏟아냈다.

`몸값'에서 `처형'으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몸값'을 내겠다고 제안하며 인질 석방을 이끌어내려 한다는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 보도가 나왔던 25일 오전만 해도 상황은 `현금 해결' 쪽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갑자기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비난하며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아프간 정부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며 이날 오후 6시30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질들을 죽이겠다고 경고한 것. 이 소식은 파키스탄에 본사를 둔 아프간 뉴스통신사 AIP를 통해 전해졌다. 이어 AIP는 아마디 대변인이 "협상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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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과 함께 전해진 `석방' 보도

이번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몸값 교섭' 가능성을 계속 보도해왔던 일본 언론들은 그러나 탈레반측 초고강도 협박과 함께 인질 석방 가능성을 보도해 한국에서 기다리던 피랍자 가족들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교도(共同)통신이 "탈레반이 몸값을 받는 대신 인질 8명을 석방하기로 했다"고 보도한 것. 아미디 대변인이 인질 1명을 살해했다며 일부 석방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이날 밤만 해도 `8명 석방설'은 사실로 굳어지는 듯했다. 

NHK방송은 "탈레반이 남성 7명, 여성 1명을 석방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고 AP방송은 "풀려난 사람들은 가즈니주 미군기지로 후송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석방 쪽에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이었다. 미국에서는 주미 대사관 관계자와 미국 국무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석방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들이 흘러나왔다.

탈레반은 석방설 모두 부인

배형규목사로 추정되는 피랍자가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대감은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아마디 대변인은 아프간 정부가 수감자들을 풀어주지 않을 경우 인질 석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디 대변인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몸값'과 관련된 보도나 인질 일부 석방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26일 오전에도 아마디 대변인은 "인질들은 한명도 석방하지 않을 것"이라며 살해 위협을 계속했다. 

아프간 내무부 대변인은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데 일부 인질을 석방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인질 석방 소식을 부인했고, 가즈니주 주지사도 인질들이 석방됐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협상 난항, 석방 안된듯

26일 아침이 되면서 석방설에 대해서는 어떤 언론, 어떤 기관도 확인해주지 않는 상황이 됐다. NHK는 탈레반이 인질 8명을 내주려다가 신변 위협을 느껴 은신처로 다시 끌고갔다고 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사태가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며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원하는 탈레반과 몸값 지불에 초점을 맞춘 아프간ㆍ한국 정부 쪽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보도했다. 

아사히(朝日), 마이니치(每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탈레반이 몸값을 받고 인질들을 석방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협상 과정에서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측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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