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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설 반세기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가 계속되는 압력에 휘청이고 있다. 거액의 채무 관련 소송에서 진데 이어 최고위 간부들이 잇달아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참에 일본 정부가 `총련 해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총련 `넘버2'도 수사 대상
아사히(朝日)신문은 총련 서열 2위인 허종만(許宗萬.72) 재정담당 책임부의장이 최근 문제가 된 도쿄(東京) 치요다(千代田)구 총련 중앙본부 토지, 건물 매각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9일 보도했다. 허씨는 앞서 1973년 일어난 북한 국적 어린이 납치사건과 관련해 서만술 총련 의장 등과 함께 도쿄 경시청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토지 매각에도 적극 개입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허씨는 검찰 수사를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련 본부 부동산을 사들이기로 하고 소유권 이전등록까지 마쳤던 투자자문회사 하비스트의 오가타 시게타케(緖方重威.73) 변호사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까지 지냈던 거물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허씨를 만났다고 밝혔다. 오가타는 허씨가 "본부 건물이 차압될지 몰라 총련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허씨가 매각 중개인에게 4억여엔(약 30억원)을 건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중 1억엔 가량은 중개수수료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계 스캔들로 번진 부동산 거래
검찰은 총련이 매각대금도 받지 않고서 중개자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건넨 이유와, 나머지 3억여엔의 사용처 등을 알아내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동산 중개인과 자금조달을 담당한 투자컨설턴트 등에 대해서는 이미 압수수색 등이 진행됐다. 검찰은 오가타를 전자거래서류 전자공정거래서류 부실기재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전했다.
총련계 금융기관들을 총괄했던 허씨는 재정담당 부의장을 거쳐 1993년 이래 책임부의장을 맡고 있으며 총련의 실질적인 최고실력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상대했던 오가타는 검찰 출신으로 1993~95년 정보기구인 공안조사청 장관을 지냈다. 오가타는 한때 총련을 담당하는 공안조사청 조사2부에서도 근무를 했던 인물이어서 조사청과 총련 간 유착 의혹이 제기돼 정계 스캔들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재정적 사형선고'
총련은 35억엔을 받기로 하고 지난달말 중앙본부 땅 2400㎡(약 720평)와 12층 건물을 오가타가 대표이사로 있는 하비스트에 팔았다. 총련계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정리회수기구에 부동산을 차압당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수를 쳐 매각대금도 받지 않은 채 소유권 이전등기부터 해버렸던 것.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져 불법 매각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가 시작됐고, 하비스트측은 급기야 18일 거래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을 다시 총련측에 넘긴다고 발표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도쿄지방재판소는 총련이 정리회수기구가 갖고있는 부실채권 627억엔을 갚아야 한다는 판결까지 내렸다. 총련은 1억엔이 넘는 인지대를 비롯한 재판비용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본부 건물을 팔아서라도 회수기구 측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처지다. 총련에는 재정적 사형선고가 잇달아 내려진 셈이 됐다.
정리회수기구 측은 최대한 빨리 총련 본부 부동산을 경매에 넘길 계획이다. 그러나 `일본의 북한대사관'이라고까지 불렸던 중앙본부 부동산은 총련이 아닌 `합자회사 조선중앙회관관리회'명의로 돼 있어 매각까지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련은 1997년부터 산하 금융기관 16개가 잇따라 파산하면서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 금융기관들에는 총 1조1444억엔의 공적자금이 들어갔다. 일본 정부와 정리회수기구 측은 총련 자산 차압 조치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니 회수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정치적 탄압'이라는 총련측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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