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유럽 '빅3' 어디로 갈까

딸기21 2007. 5. 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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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니콜라 사르코지 신임 대통령을 맞은데 이어, 영국도 다음달 토니 블레어 총리의 시대가 가고 고든 브라운 차기 총리 체제로 바뀐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유럽의 `빅3'가 친미 체제로 재편됨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관계, 그리고 유럽 중심축의 역학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브라운 체제' 다음달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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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차기 총리 예정자 고든 브라운(가운데) 재무장관이 아내 새라(오른쪽)와 함께

17일 런던에서 열린 노동당 행사를 떠나면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로이터


영국 집권 노동당은 17일 의원 투표를 통해 브라운 장관을 차기 당수로 선출했다. 당수 선거에 단독 출마한 브라운은 노동당 의원 353명 중 89%인 313명의 지지를 얻었다. 이는 노동당 당수 선거 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 중의 하나라고 BBC방송은 전했다. 당수직에 도전하려 했던 존 맥도넬 의원은 출마에 필요한 동료의원 45명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브라운 장관은 다음달 24일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당수로 공식 취임하고, 사흘 뒤인 27일 사임하는 토니 블레어 총리로부터 총리직을 물려받는다.

브라운 장관은 투표 뒤 연설에서 "당의 확고한 단합을 보여준 것"이라며 감사를 표한 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노동당 지지율은 지난해 한때 10%대로까지 떨어졌으며 올들어서도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디언은 브라운 당수 선출 뒤 노동당 지지율이 조금 올라갔지만 여전히 야당인 보수당이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 2010년 총선 때까지 `3년 총리' 자리는 확보됐지만 현재대로라면 다음 총선에선 `젊은 보수주의자' 데이빗 캐머런이 이끄는 보수당이 이길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장관이 임기를 8년 혹은 그 이상으로 더 늘려 전임자 같은 장수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3년에 달렸다.


`독-불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까


브라운은 "미국과의 관계는 견고해야 한다"며 외교에서 블레어 총리의 친미노선을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고집 세고 무뚝뚝한데다 정치스타일도 `푸들'과는 거리가 먼 브라운이 전임자처럼 미국과의 친교를 과시할지는 알 수 없다. 브라운은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의 유대관계'를 강조하면서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차기 정부는 블레어의 유산인 `이라크'라는 엄청난 짐의 무게에 짓눌려 외교적인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BBC는 지적했다. 블레어 총리는 독일과 프랑스가 미국과 껄끄러운 사이였을 때 유럽 내 유일한 친미파가 되는 것으로 위상을 잡았지만, 브라운 장관에게 그런 독점적 위치는 없다. "유럽연합(EU) 회의만 하러 오면 조는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만큼 유럽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독일과 프랑스의 궁합 맞는 두 지도자가 펼칠 통합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관심거리다.


체제 갖춰가는 사르코지의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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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왼쪽 두번째) 신임 프랑스 대통령과 프랑수아 피용(오른쪽 두번째) 신임 총리가

17일 파리 서부 불로뉴의 숲에서 함께 조깅하는 모습을 담은 TV 캡쳐 사진 / AFP


사르코지 대통령은 17일 예상 대로 온건 보수파 프랑수아 피용을 총리로 임명했다. 우선은 다음달 총선을 겨냥한 `선거관리 내각'이지만, 피용 총리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최측근인데다 좌·우파 모두의 신뢰를 얻고 있는 인물이어서 총선 승리 후에도 계속 내각을 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피용은 총리 관저 마티뇽에서 자크 시라크 전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도미니크 드 빌팽으로부터 총리직을 넘겨 받은 뒤 "모두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차기 내각은 개방성을 중시할 것이라 말했다. 개성 강한 사르코지 대통령과 달리 조용한 성격인 피용은 18일 임명될 좌파 사회당 소속 베르나르 쿠슈네 차기 외무장관, 국방장관에서 자리를 옮길 여성각료 미셸 알리오마리 차기 내무장관, 북아프리카계 여성변호사인 라시다 다티 차기 법무장관 등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유럽의 중심추가 될 `매니저'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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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왼쪽부터)이 17일 러시아 사마라시 볼가강 인근의

볼츠스키 우티오스 리조트에서 취재진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


사르코지 대통령은 16일 취임 직후 독일로 날아가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연인 같은 모습'을 연출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독일 신문 도이체벨레는 17일 영국 캠브리지 국제문제연구소 줄리 스미스 박사의 말을 인용, 유럽 빅3이 친미 지도자를 맞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친미'에 키워드를 둔 블레어식 외교는 설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유럽국들 사이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덜 결정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유럽 ‘대서양 갈등’이 줄어드는 대신 러시아와 유럽 간 새로운 `동-서 갈등'이 부상할 것이고, 메르켈 총리가 그 중재자 역할을 떠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천연가스 분쟁에 동유럽 미사일방어체제(MD) 배치 논란, 러시아의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요구하는 유럽의 압박 등으로 모스크바와 서방의 관계는 냉전 종식 이래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과 프랑스의 친미 지도자들과 협력하며 러시아를 상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올 상반기 EU 순번제 의장국이고, 올해 G8(선진8개국) 의장국이다. 메르켈 총리는 17일 주세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비공식 회담을 갖기 위해 러시아 사마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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