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사르코지 오늘 취임

딸기21 2007. 5. 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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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임기 5년의 새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다. 자크 시라크 현대통령은 후임자에게 자리를 넘겨줌으로써 12년을 보낸 엘리제궁을 떠나 민가로 돌아가게 된다. 40년 정치인생의 영욕을 뒤로하고 은퇴하는 시라크 대통령과 유럽의 새로운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한 사르코지 신임 대통령의 이-취임식에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핵무기 코드 인수인계'

공식 취임 행사는 오전 11시 대통령 관저인 파리 중심가 루이14세 광장 옆 엘리제궁에서 시작된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같은 거창한 선서식 대신 프랑스의 대통령 이돚취임식은 엘리제궁에서 소박하게 진행된다.
시라크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후임자를 만나 국방전략의 핵심인 핵무기를 발진시키는데 필요한 암호를 알려주고 국정 현안에 대해 짤막하게 브리핑을 한다. 이로써 인수인계 절차는 끝나며, 사르코지 신임 대통령은 개선문으로 자리를 옮겨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하고 전통에 따라 횃불에 불을 붙인다. 이어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샤를 드골 장군 동상에 꽃을 바치고 파리 외곽 불로뉴 숲으로 이동해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저항했던 레지스탕스군 처형장을 방문한다.
행사가 끝나면 사르코지 대통령은 베를린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갖고 당일 밤 파리로 돌아온다. 업무 시작 첫날인 17일에는 온건파 프랑수아 피용을 총리로 임명할 예정이다. `성평등 개방형 내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각료진 명단은 17일 늦게 혹은 18일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국경없는 의사회' 창립자로 좌파 사회당 정치인인 베르나르 쿠슈네 전 보건장관을 외무장관에 앉힐 것으로 알려졌으나, `좌우 통합 내각'에 대해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 내 보수파들 사이에 반발 기류가 일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세간의 관심사는 사르코지 대통령 부인 세실리아가 엘리제궁에 들어갈지 말지에 쏠려 있다. 세실리아는 지난 6일 대선 결선에서 남편의 당선이 확정되자 공식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퍼스트레이디 역할은 따분하다"며 거부반응을 보였었다. 심지어 결선에서 남편에게 투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세실리아가 과연 풀타임(full-time) 퍼스트레이디 역을 맡을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엘리제궁에 들어가지 않을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은 "프랑스인들은 `퍼스트커플'의 드라마같은 사생활에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민가로 돌아가는 시라크 대통령

시라크 대통령은 15일 고별연설에서 "국가는 하나의 가족"이라며 국민들에게 단결과 통합을 당부했다. 한때 사르코지 대통령의 당내 경쟁자로 거론됐었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엘리제궁을 찾아 시라크 대통령에게 내각 사퇴서를 제출했다.
퇴임하는 시라크 대통령과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는 루브르 박물관이 내려다보이는 센강 왼쪽 아파트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놨다. 아파트는 시라크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였던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가족 소유로 알려졌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 집에서 잠시 살다가 새 집이 마련되는대로 이사를 할 계획이다. 1974년 총리 취임 이래 총리, 파리 시장, 대통령을 지내며 줄곧 공관 생활을 해온 시라크 대통령은 무려 33년만에 사저(私邸)로 돌아가는 셈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퇴임 뒤 자신의 이름을 딴 공익 재단을 만들어 활동할 예정이다. 미셸 캉드쉬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지인들이 재단에서 함께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UMP의 전신으로 시라크 대통령의 정치적 발판이었던 옛 공화당연합(RPR)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칫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을수도 있다.

사르코지가문 고향마을 덩달아 들썩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신임대통령은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아버지 폴 사르코지는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프랑스에 건너온 이민자다.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 사실이 알려지자 폴의 고향인 헝가리 도시 알라티얀은 동향출신 2세의 성공에 덩달아 들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5일 보도했다.

폴은 헝가리 귀족 출신으로, 원래 이름은 `팔 사르코지 드 나기보차'였다. 사르코지 가문은 부다페스트에서 동쪽으로 100㎞ 정도 떨어진 알라티얀에 작은 궁전풍 저택과 봉토를 소유하고 있었다. 1919년 루마니아군이 헝가리를 점령한 뒤 저택은 불에 탔고, 사르코지 가문은 1930년대 재산 대부분을 팔아버렸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헝가리가 공산화되자 폴은 귀족 계급에 대한 탄압을 피해 1948년 프랑스로 이주했다. 폴은 파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의 모친 안드레 말라와 결혼했으나 몇해 지나지 않아 이혼했다. 그래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헝가리어나 헝가리 문화와 접촉한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알라티얀 사람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을 향해 친근감과 자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곳에서 출생한 유명인물로는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를 들 수 있고, 정치인으로는 미국 민주당 톰 랜토스 하원의원을 들 수 있다.
1981년 의회에 진출해 미국 현역 하원의원 중 최장수 의원인 랜토스는 유대계 헝가리인으로, 나치의 대학살에서 살아남아 미국으로 건너갔다. 트리뷴은 "지금까지는 랜토스 의원이 알라티얀 출신 최고 유명정치인이었는데 이제 사르코지 대통령으로 바뀌었다"며 "몇년 뒤엔 이곳에 `사르코지 거리'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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