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베르나르 쿠슈네

딸기21 2007. 5. 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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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쿠슈네

오는 17일 공개될 프랑스 대통령 당선자 니콜라 사르코지의 1기 내각 명단을 놓고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국경없는 의사회'(MSF)를 설립한 인도주의 활동가 베르나르 쿠슈네(67.사진)가 유력한 외무장관 후보로 떠올랐다.

AFP통신 등은 14일 사르코지 당선자가 좌파 사회당 소속 정치인이자 `인도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쿠슈네를 외무장관에 앉힐 예정이라고 사르코지 측 보좌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같은 사회당의 위베르 베드린 전 외무장관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베드린은 입각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좌파 활동가이자 의사였던 쿠슈네는 1968년 아프리카 비아프라 기근사태 때 구호활동에 몸담은 것을 시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보건의료 관련 활동을 펼쳤다. 1971년 MSF 창립을 주도했으며 1980년대 말부터는 급진사회당, 사회당 등 좌파 정당의 정치인으로 일했다. 1999∼2001년에는 유엔의 옛유고연방 코소보 특사로 임명돼 현지 재건작업을 지휘했으며 2005년에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UNHCR) 후보에도 올랐었다. 지난해에는 갑작스레 타계한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후임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좌우파 지지층을 망라하는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는 쿠슈네는 이번 대선에서 사회당이 중도세력과 손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좌파의 뿌리'를 강조하는 강경파들에 밀렸다.

베드린에 비하면 쿠슈네는 반미 정서가 훨씬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슈네는 제3세계 문제에서 강대국의 `인도주의적 개입'을 강력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었고, 좌파 정치인 중에서는 드물게 2003년 이라크전쟁을 사실상 지지했었다. 생명복제 연구를 허용하는 유럽국가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생명윤리에서는 기독교 보수파에 가까운 입장을 밝혀왔다. 좌-우 색깔은 다르지만 러시아 인권탄압 등을 강도높게 비판한 사르코지 당선자의 `보수적 인권론'과 쿠슈네의 개입주의 사이엔 공통분모가 많은 셈이다.

사르코지 당선자는 환경장관에는 자크 시라크 전대통령 측근으로 당내 앙숙이던 알랭 쥐페 전총리를 기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언론들은 예상보다 폭넓은 사르코지 당선자의 정부 구성안과 대규모 감세 계획 등에 힘입어, 스위스 등지로 떠나갔던 가수 조니 알리데 등 `세금회피' 부유층들이 다시 프랑스로 돌아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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