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52)와 세골렌 루아얄(53)이 결선투표를 나흘 앞둔 2일 첫 TV토론을 벌였다.
위성방송 프랑스24 등을 통해 프랑스 전역에 생중계된 2시간 반 동안의 토론에서 우파와 좌파를 각각 대표하는 두 후보는 고용문제와 이민자 문제, 환경·교육정책 등 다양한 이슈들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펼쳤다. 6일 결선을 앞두고 이번 대선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실시된 TV토론은 전체 유권자 4450만명 중 2000만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후보 모두 `문제성 발언'들을 서슴지 않는 달변가들이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에 따라 논리를 펼쳤기 때문에 `돌발 변수'는 없었으며, 뚜렷한 `승자'없이 토론이 마무리됐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평했다.
35시간 노동제 vs 노동시장 자유화
집권 국민행동연합(UMP) 후보로 나선 사르코지와 사회당의 루아얄은 TV앵커 2명의 소개 발언과 함께 밤 9시 토론을 시작했다. 2m 거리를 두고 마주앉은 두 후보는 토론 초반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에 지지율이 뒤쳐져 있는 루아얄은 이번 토론을 반전의 기회로 삼기 위해 처음부터 맹공을 펼쳤다. 반면 사르코지는 과격·강성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차분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루아얄이었다. 특유의 세련된 외모에 친근한 미소를 띤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앉은 루아얄은 고용문제를 놓고 사르코지가 이끄는 여당의 정책을 맹비난했다. 사르코지가 "공공부문 인력을 감축하고 노동시장을 자유화, 5년 안에 완전고용을 달성하겠다"고 하자 루아얄은 "보건·교육분야 인력을 줄이면 복지가 축소된다"며 반대했다. 루아얄은 "중요한 것은 고용의 질(質)"이라면서 최저임금을 올리고 청년실업자 취업지원을 늘리자고 역설했다. 사르코지는 이에 맞서 사회당 주도로 도입된 주35시간 노동제를 비판했다. 사르코지는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자는 것은 기념비적인 실수였다"며 "그런 논리가 통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다"고 주장했다.
루아얄 맹공, 사르코지 반격
이민정책에서 루아얄은 사르코지가 내세웠던 이민자들에 대한 `제로 톨레랑스(불관용)' 정책이 사회갈등을 해소하는데 역효과만 냈음을 지적하면서 양극화 해소와 공공부문 고용 확대, 복지정책 확대 등을 주장했고, 사르코지는 외국 노동자 입국을 엄격히 선별해 허용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환경정책에서 루아얄은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에너지시스템 전환 등을 강조한 반면 사르코지는 핵 발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모든 이슈에서 맞부딪쳤지만 외교노선과 관련해서는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친미파로 분류되는 사르코지는 유럽연합(EU)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루아얄은 중국과 레바논 등지를 방문했을 때의 말 실수를 약점으로 안고 있다.
누가누가 잘했나
지난달 22일 1차 투표 때 사르코지와 루아얄은 각각 31.1%와 25.8%를 득표했다. 1차 투표 이틀 뒤 두 후보만을 놓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51% 대 49%로 지지율 격차가 2%로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TV토론을 하루 앞둔 1일 조사에서는 53.5% 대46.5%로 다시 벌어졌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7%는 누구를 찍을지 결정했다고 응답, 부동층 상당수가 마음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TV토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시각이 갈린다. 시사잡지 렉스프레스의 크리스토프 바르비에 편집장은 AFP 인터뷰에서 "이슈를 선점하고 토론을 주도한 것은 루아얄이었다"며 루아얄 쪽에 높은 점수를 줬다. 르몽드가 웹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을 상대로 조사한 실시간 평가에서는 시종일관 토론을 주도한 루아얄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여당 쪽에서는 사르코지가 감정 표현 수위를 조절해 다수의 `안티팬'들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평가했다.
분석가들은 두 후보에게 엇비슷한 점수를 주었지만, 이는 결국 루아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루아얄은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가 1차 투표 때 얻었던 18.5%, 700만표의 65% 이상을 가져와야 결선에서 이길 수 있는 처지다.
프랑스 대선 결선을 앞두고 좌파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TV 토론에서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를 맹공격했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프랑스 언론들은 전날 밤 실시된 TV 토론에서 루아얄이 사르코지를 상대로 거센 공격을 벌였지만 지지율 추이를 반전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근소하게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토론 전날인 1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 조사에서 사르코지와 루아얄의 지지율은 53.5%와 46.5%였는데, TV토론 다음날인 3일 오피니언웨이 조사에서는 54%대 46%로 격차가 더 커졌다.
TV토론 하나만 놓고 누가 더 잘 했는지 평가했을 때에도 유권자 53%는 사르코지를 택했다. 루아얄이 잘했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정치평론가들은 사르코지와 루아얄 두 사람 모두 선전을 한 것으로 평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결정타를 날리지 못한 루아얄에게 손해가 된 셈이다.
오는 6일 결선을 앞두고 루아얄은 1차 투표에서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를 찍었던 700만명을 향해 자신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바이루는 "사르코지를 찍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루아얄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바이루를 찍은 사람의 41%는 루아얄을 찍겠다고 했지만 32%는 사르코지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운동 기간이 채 하루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은 루아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marking the 62nd anniversary of the defeat of Nazi Germany during World War II,
on the Champs-Elysees in Paris. / AFP
오는 16일 퇴임하는 자크 시라크(74) 프랑스 대통령이 2일 대통령 관저인 엘리제궁 직원들과 보좌관들에게 미리 작별을 고했다.
6일 치러질 대선의 승자에게 엘리제궁을 넘겨주고 떠나기 앞서 이날 가진 공식 작별 행사에서 시라크 대통령과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는 "후임 대통령의 지휘 아래 프랑스의 명예를 지켜달라"고 당부하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들은 며칠 뒤 미래를 위한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가의 지속성을 위해 여러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파리 시내 중심가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 55번지에 위치한 엘리제궁은 나폴레옹 이래 정부 수반의 관저로 사용돼 왔다. 시라크 대통령은 1995년 집권 이래 이 곳에서 12년을 보냈으며 세계 각국 정상들을 맞았다.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당시 총리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 45년 정치 인생에서의 은퇴를 선언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퇴진은 프랑스 정계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는 16일 자정 임기가 공식 만료되면 시라크 대통령은 엘리제궁을 떠나 18년간 시장직을 맡았던 파리 시내 거처에 자리를 잡게될 것으로 알려졌다.
시라크 대통령은 퇴임 뒤 문화다양성과 환경 보호를 위한 민간 국제기구에서 일할 계획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그러나 파리 시장 재직시절 일어난 부패 사건들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말년을 시끄럽게 보낼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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