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해외문화 산책 26

넷플릭스에 항의한 폴란드, 씁쓸한 뒷맛

폴란드와 넷플릭스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다. 발단은 홀로코스트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이웃의 악마(The Devil Next Door)’라는 다큐멘터리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들이 ‘폴란드의 수용소’로 표시됐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선 ‘공포의 이반’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시리즈는 미국 클리블랜드에 살던 한 노인이 1986년 돌연 기소돼 이스라엘 법정에 끌려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이웃집 할아버지인 줄만 알았던 노인은 사실은 유대인들이 대량학살당한 트레블링카 수용소의 나치 부역자였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법정에 나와 ‘수용소의 도살자’였던 노인의 과거 범죄를 증언한다. 엇갈리는 증언, 이리저리 꼬인 기억들, 복잡한 기록들이 교차하면서 70여년전의 진..

보드게임으로 되살아난 고대 앗시리아제국

이라크인들은 게임을 좋아한다. 저녁마다 커피숍에 모여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오래된 문화다. 젊은이들은 다르다. 어디서나 그렇듯, 바그다드에서도 젊은 층들은 온라인 게임을 훨씬 좋아한다. 게임중독이 늘면서 지난 4월 의회가 온라인게임 규제 결의안을 내놨을 정도다. 이런 결의가 통할 리가 없다. 젊은이들은 의회 ‘꼰대’들의 걱정에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이런 움직임은 오히려 게임의 인기만 더 끌어올렸을 뿐이다. 라나 하다드는 쿠르드계 고고학자다. 가족 모두 게임을 즐기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환상에 기반을 둔’ 온라인게임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 대신 이라크의 풍부한 문화유산이 그의 흥미를 끌기 시작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이라크는 전국이 유적이나 다름없다..

60여년 함께 해온 '아주 특별한 북클럽'

책 자체보다 더 소중한 북클럽. 23일(현지시간) 미국 abc방송이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의 어떤 독서 모임을 소개했다. 웹사이트에 실린 장문의 기사는 저런 문구로 시작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모이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모임 자체가 만남의 목적이 돼버리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이런 북클럽은 흔치 않다. ‘동네 여성들’의 모임으로 시작해서, 자그마치 60년 넘게 함께 책을 읽어왔기 때문이다. 모임의 역사가 이렇게 흐르는 사이, 회원들은 이미 환갑을 훌쩍 넘어섰다. 맨 처음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한 루이즈 와일드라는 여성은 지금 97세다. 1956년에 시작된 북클럽은 이제 매주 토요일마다 여러 세대가 함께 하는 책과 만남의 장소가 됐다. 모임의 이름은 에그헤즈(Egg Heads) 북클럽. 달걀의 머리라니, 좀 ..

중국 공산당의 무기, TF보이즈

TF보이즈는 2013년 8월 첫 싱글앨범 ‘꿈의 출발(夢想起航)’을 내면서 데뷔한 중국의 3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이다. 왕쥔카이(20), 왕위안(18), 이양첸시(18) 세 명으로 구성돼 있다. 데뷔 첫 해에 TF보이즈는 ‘청춘수련수첩’이라는 노래로 중국을 넘어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으며 ‘수퍼 아이돌’로 부상했다. 지난해 말 중국 언론들은 이 그룹의 브랜드 가치가 30억위안(약 5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중가요를 가리키는 ‘만도팝’ 시장에서 TF보이즈는 근래 단연 두각을 나타낸 그룹이다. 수입에서나, 주류 미디어에 노출되는 빈도에서나, 팬들에 대한 영향력 면에서나 이들의 인기는 압도적이다. 중국판 트위터 격인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세 명의 팔로어를 합하면 2억명이 넘는다. 충..

'GDP', 런던에 문을 연 '뱅크시의 가게'

이스라엘이 쌓은 높다란 분리장벽에 뚫린 구멍, 런던의 길모퉁이에 앉아 풀 한 포기를 심는 소녀. 거리예술가 뱅크시가 그린 벽화들이다. 세상의 불의와 부정의에 벽화로 저항하는 뱅크시의 작품들은 언제나 화제를 넘어 감동을 준다. 언제 그렸는지 모르게 남겨진 그의 그림 속에서 팔레스타인의 핍박받는 이들은 풍선을 들고, 꽃 한 송이를 들고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선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추진하자 도버 항구의 건물에는 유럽연합(EU) 깃발의 별을 지우는 인부의 모습이 등장했다. 예루살렘의 ‘꽃 던지는 남자’ 그림은 아트상품으로도 만들어졌다. 뱅크시의 예술활동은 벽화를 넘어 2015년 디즈니랜드를 비꼰 ‘디즈멀랜드’라는 아트프로젝트 같은 것으로도 확대됐고, 그가 세계 곳곳에 남긴 그림들은 포스터와 판화작품 등으로 다시..

'조커'가 문제일까 총기가 문제일까...영화가 되살린 미국의 악몽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제76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미국 만화출판사 DC코믹스 작품을 바탕으로 한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배트맨이 아닌 ‘반(反)영웅’ 조커다. 영화는 절대악의 현신인 이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들어간다. 주연 호아킨 피닉스는 실패한 개그맨이 악당으로 변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으며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에 이어 새로운 조커를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그런데 영화가 스크린에 오르기도 전에 표현의 자유와 ‘카피캣 킬러(모방범죄)’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불거졌다. 문제가 된 것은 2012년 7월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오로라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이었다. 제임스 이건 홈스라는 남성이 영화관에 들어가 최루탄을 터뜨리며 총을 난사해..